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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외면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외래어 '일색'

입력 : 2013-10-08 14:03:29 수정 : 2013-10-08 1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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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의류를 운동이나 등산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복으로도 자주 착용한다는 이모씨(59)는 수십개에 달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구별할 때마다 애를 먹는다. 수입 아웃도어 브랜드뿐만 아니라 토종브랜드까지 모두 영어로 표기돼 있는 탓에 제품명을 이해할 수도 없고 구분도 어렵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씨는 자주 사입는 몇 개의 브랜드 로고만 겨우 구별할 뿐이다.

매년 30%대로 급성장하고 있는 패션업계의 '큰손'인 아웃도어 시장이 '한글표기'를 외면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국내 유명산 이름을 따거나 한글 문양이 들어간 제품이 나온 경우가 있었다. 레드페이스는 2000년대 초중반 '백두 조끼', '금강 조끼' 등의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고, 네파도 지난 2010년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 프린트가 디자인된 제품을 시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아웃도어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아웃도어 시장에서 '한글'은 자취를 감추다시피하고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는 외국의 유명한 산이나 지명에서 그 이름을 따왔고, 그런 탓에 일반인들에게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친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수입브랜드인 노스페이스(미국)와 라푸마(프랑스), 밀레(프랑스) 등은 그렇다치고, 코오롱스포츠와 K2, 블랙야크, 네파, 레드페이스 등의 토종브랜드들도 한글명칭을 사용한 브랜드가 단 하나도 없다. 코오롱스포츠와 블랙야크, 레드페이스는 그나마 한글 로고라도 갖고 있지만, K2와 네파는 이마저도 없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관련업계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외국의 지명에서 따왔기 때문에 외국어로 표기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한글로 표기된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향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제품명 자체가 외국산 이름이거나 외국의 유명 지방의 이름이 많다"면서 "인사동 같은 경우 스타벅스 등의 간판이 한글로 돼 있어 외국사람들이 흥미를 보이지만 한국사람들은 한글표기를 좋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레드페이스 관계자는 "한글이나 한국지명 사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소재를 중시하다보니 한눈에 소재를 알아볼 수 있도록 소재 설명이 들어간 제품명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자체가 외국의 유명산이나 지명에서 따온 것이라 영어 표기는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제품의 콘셉트에 대한 정의까지 영어 일색인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스페이스의 경우는 아웃도어 기능성에 패션성을 더한 라인인 '화이트 라벨'의 제품 콘셉트를 '데일리 아웃도어 스타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매일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영어로 표기해놨으니 영어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경우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네파는 '3 in 1 리플렉트 방수 다운재킷'을 내놨다. 한가지 제품에 3가지 기능을 담았다는 의미로 '3 in 1'을, 반사에 강하다는 의미로 이에 해당하는 영어단어 '리플렉트(reflect)'를 사용했다. 그러나 설명을 듣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제품 색상을 설명할 때에도 블랙, 레드, 블루 등을, 제품디자인을 설명할 때도 '빅 포켓(큰 주머니)', 신발의 한부분인 '미드솔(중창)' 등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습관화돼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아웃도어업체들은 "한글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도, 계획도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어 아웃도어 업계의 한글 사용은 요원한 상황이다.

한편 올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6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2년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5조원대, 2011년 4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년 1조원 가량 성장해왔다. 최근들어 캠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캠핑관련 용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고, 어린이 의류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 아웃도어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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