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사상 첫 검찰총장 조사…조직 내홍 수습될까 법무부가 27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진상 조사한 결과, 사실로 인정할 만한 정황이 확보됐다고 밝혔지만 진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진술과 정황 자료가 확보됐다"고 했다. 그러나 설득력 있는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추가 정황 찾았지만 여전히 의문 남아
법무부는 채 총장이 임모 씨의 부산 카페나 서울의 레스토랑에 상당 기간 자주 출입한 점,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 직전인 지난 6일 새벽 급히 짐을 꾸려 잠적한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에 가깝다.
법무부가 밝힌 내용 중 새로운 사실은 임씨가 2010년 채 총장의 '부인'이라 자칭하며 당시 부산고검장이던 채 총장의 사무실을 방문했다는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대면 요청을 거절당하자 임씨가 부속실 직원들에게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둘의 관계를 의심케 할 만한 언동을 했다고 법무부는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정황 증거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법무부는 의혹의 당사자인 채 총장과 임씨에 대한 직접 조사는 하지 못했다.
채 총장은 진상 규명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임씨는 '잠적' 상태라 접촉이 안 된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결국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는 점에서 의혹의 진위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법무부 관계자도 '혼외자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그건 아니다"라며 확정적인 판단은 보류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진상 규명 결과에서 언급한 정황 외에도 구체적인 것들이 있다"라며 법무부가 나름의 '물증'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참고인들 진술과 수집한 자료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확인해주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말 못하는 부분이 무엇일지는 한 번 생각을 해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해당 의혹이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인데다 고위 공직자로서 채 총장의 명예 등을 감안, 구체적으로 공표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뉘앙스로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법무부의 진상 조사 결과 발표는 현직 검찰총장의 사생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확산을 막고 검찰 조직을 정상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절차로 논란이 깨끗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역시 정황 증거위주로 혼외자 의혹에 대해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 총장이 법무부 발표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힐지, 향후 정정보도 청구소송 진행 과정에서 어떤 주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상 초유 '진상조사' 경과
법무부의 이날 발표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진상 조사가 일단락됐다.
법무부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대검찰청의 감찰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의 보좌역으로 감찰관직을 신설했다. 모든 종류의 검사 비위를 조사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 조사를 맡은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2010년 첫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임명됐다. 안 감찰관은 감사원 출신이다.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도 이때 도입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일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논란이 커지자 일주일 뒤인 13일 황교안 장관은 감찰관실에 채 총장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진상규명 착수 발표가 있은지 1시간만에 채 총장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채 총장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감찰에 대한 반발로 이튿날 김윤상 대검 감찰과장이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며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으며 법무부도 진상규명 절차를 강행했다. '사실상 감찰'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감찰관실은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채 총장의 주변을 탐문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진상 조사 2주만인 27일 법무부는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자료가 확보됐다"며 채 총장의 사표수리를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발표에 따라 검찰 내부의 동요가 얼마나 빨리 가라앉고 조직 정상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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