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어록’ 인용 잇따라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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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최근 ‘박근혜 어록’을 인용한 화법을 자주 구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인 기초연금의 축소를 사과한 것과 관련해 “만약 선거를 앞두고 달콤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한마디 하면 된다고 미리부터 생각했던 것이라면 더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고 반응했던 것을 고스란히 되돌려준 셈이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 ‘워딩’을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서울광장 노숙투쟁 첫날 밤을 보낸 지난달 28일 “이렇게 끝낼 거면 나오지도 않았다”며 장외투쟁 장기화에 대비한 각오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12월∼2006년 1월 사학법 개정 반대 장외투쟁 중 했던 말을 그대로 옮겨 대여투쟁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인용 화법은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서 대통령으로 위치가 바뀌자 태도가 돌변한 것을 지적하는 의미가 있다고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전했다. 특히 김 대표는 한나라당 사학법 투쟁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서 여당 원내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7년여 만에 양쪽 입장이 정반대로 뒤바뀐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대부분 김 대표 본인의 아이디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취임 후 했던 말도 종종 언급하곤 한다. ‘국회 3자회담’이 소득 없이 끝난 이튿날인 17일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자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계속해서 민주주의 회복을 거부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맞받은 것이다.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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