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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합 뛰는 선수 푸대접 한국 프로복싱에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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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27 20:36:30 수정 : 2013-09-27 23: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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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人◎Zoom In] 동양타이틀 반납 美복싱계 노크 김민욱
“한국 땅이든 미국에서든 제가 복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데뷔전 패배 이후 11연승을 달리며 프로전적 12전11승(8KO)1패. 국내 유일의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챔피언(슈퍼라이트급·63.5kg) 김민욱(26·사진)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 복싱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꼽힌다. 2007년 지인진(40)이 세계복싱평의회(WBC) 페더급 챔피언 벨트를 반납하고 이종격투기(K-1)로 전향한 이후 한국 복싱은 타이틀이 없었다. 김지훈(26·일산주엽체)이 세계의 문을 두드렸지만 정상 문턱에서 아쉽게 무너졌다. 지난해 초에는 김동혁(26·제주맥스체)이 OPBF 슈퍼페더급(59.0kg) 챔피언에 등극했지만 1차 방어에 실패했다. 그래서 지난 8월18일 4차 방어에 성공하며 16개월 이상 타이틀을 유지한 김민욱에게 기대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인상적인 방어전을 치른 뒤 해외에서 그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복싱의 ‘살아있는 전설’인 매니 파키아오(필리핀·54승5패2무)가 스파링 파트너로 러브콜을 보내왔다. 필리핀 하원의원인 파키아오가 브랜던 리오스(미국)와의 재기전을 앞두고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김민욱을 훈련 상대로 선택한 것이다. 김민욱은 필리핀으로 건너가 11월 있을 파키아오의 재기전에 언더카드(주 경기에 앞선 경기)로 링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돌연 26일 미국으로 떠났다. OPBF 챔피언 벨트도 자진 반납했다. 한국 프로복싱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이지만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일념에서 내린 고심어린 결단이었다. 출국을 앞둔 그를 만났다.

인파이터로 WBC 슈퍼라이트급 랭킹 5위인 그는 “파키아오와의 스파링 파트너 조건은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싶어 미국행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복싱 시스템으로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에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돈보다도 ‘넌 아무 말 하지 말고 따라오기만 하라’는 식이 싫었어요.” 프로모터와 매니저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정작 시합을 뛰는 선수는 소외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가 OPBF 챔피언에 오르고 나서 방어전을 치를 때 받는 대전료는 1500만원 선이라고 했다. 이 중 800만∼900만원이 김민욱 몫이었다. 분배 자체는 크게 걸릴 게 없었지만 그를 괴롭혔던 건 대전료를 계속 절충하려는 프로모터 측의 태도였다. 시합할 때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게 싫었다.

“선수가 항상 ‘을’이 되는 주종 관계에 가까웠습니다.” 김민욱은 선수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선배에 대한 항명으로 둔갑하는 분위기에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프로모터 측과 마찰을 빚다가 혹시 한 번 지기라도 하면 모두가 등을 돌리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약 내가 더 크더라도 여기서는 크게 성장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민욱은 선수로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여기서는 내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독지가가 그의 후원을 자청했다.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미지의 땅으로 떠나겠다는 망설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현재 미국 측에서는 무하마드 알리, 마이크 타이슨 등 유수한 복싱스타를 보유했던 돈 킹 프로모션과 접촉하고 있단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 출국 일정은 급했다. 비자는 그 전에 받았지만 향후 일정도 아직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저는 시합 직전에도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한 적이 없어요.” 자신감은 노력에 정비례한다고 믿는 김민욱의 답은 단호했다.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운동을 얼마나 했느냐가 중요하죠.” 훈련을 열심히 했으면 불안하지도 않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자신 있습니다.” 조만간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뜻이 아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자신감이었다. “어쨌거나 저는 복서니까요. 미국에 간다고 생활패턴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큰 무대에 서더라도 지금처럼 꾸준히 훈련한다면 언젠가 빛을 발하리라는 것이 그의 포부였다.

김민욱은 개척자로서 자신이 좋은 성적과 선례를 남기겠다는 투지에 넘쳐 있다. 그가 성공적으로 미국에서의 길을 개척한다면 앞으로 후배 선수들이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욱의 도전이 장밋빛으로 물들기를 기대한다.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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