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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美서 창조경제 선도 이수동 STG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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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24 18:04:21 수정 : 2013-09-24 21: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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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자체보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승패 가른다”
세계는 산업사회에서 지식 중심 정보화사회로 발전했고, 이제 창조경제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마이크 저커버그나 스티브 잡스는 창조경제 선구자다. 한국인 중에서도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롤모델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에서 정보기술(IT) 벤처 성공신화로 꼽히는 이수동(사진) STG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대학(고려대 산업공학과)을 졸업하고,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뒤 동양방송 기획실에서 2년 동안 근무하다 30세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37세 때인 1986년 IT, 보안, 통신 분야의 대표적인 정부조달기업 STG그룹을 창업했다. STG는 연 매출 3억달러(약 3250억원), 17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굴지의 글로벌 IT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미국의 100대 정부 IT 주계약 기업이고, 2012년 이 분야 전국 순위 76위에 올랐다. 미 국무부, 국방부, 육군 등 26개 정부기관이 주요 고객이다.


이수동 STG그룹 회장
이 회장은 “한국이 창조경제를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길을 이미 닦아놓았다”면서 “자신감을 갖고 다함께 그 길로 달려갈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보다 아이디어로 승패가 갈리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레스톤의 STG그룹 본사에서 이 회장을 만나 정체기를 맞은 한국 경제를 일으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들었다.

―글로벌 기업인 시각에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비전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정부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은 이미 조성돼 있다. 우선 한국인의 강한 도전정신이 지구촌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전자와 자동차 산업은 벌써 한국이 선도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등 스포츠 분야를 보라. 여성 프로골프 경기 중계를 보면 한국 선수가 톱10 중 5∼7명을 차지할 때가 있다. 문화계에서는 가수 싸이의 성공 스토리가 있다. 한국이 그동안 이룬 이런 업적은 ‘희망’을 담보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그 희망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한국 정부가 주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정부는 행정과 제도, 세제 등을 통해 창조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특히 과감한 규제완화 조치를 통해 기업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창조경제 주역은 어디까지나 기업과 기업인이다. 기업이 세부전략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대학 등 교육·연구 기관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 기업, 대학이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가동하면서 창조경제 비전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 대표 분야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으로서 ICT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

“역사는 문명과 문화의 발전 과정이다. 문명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ICT 분야를 보면 오늘의 기술은 내일의 ‘퇴물’일 뿐이다. 차세대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지 않으면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된다. ICT 분야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신기술, 연구에 굶주린 기업과 사람들의 각축장이다. 한국의 삼성, LG 등이 ICT 분야에서 세계 정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3년, 5년, 10년 후에 누가, 어느 기업이 이 분야를 선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를 제패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재 육성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ICT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 마디로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누구나 랩톱과 스마트폰으로 어느 분야이든, 세계 어느 곳이든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기술 자체보다 아이디어로 승패가 갈리고 있다. 일상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 ICT 분야를 삼성과 애플이 주도하지만 중국이나 인도에서 차세대 선도 기업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삼성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독자적인 컴퓨터운영시스템(OS)을 구축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할 날이 머지않아 올 수도 있다.”

―한국, 미국 모두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두 번 실업자 생활을 경험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형 이수동’을 ‘미국형 이수동’으로 바꾸는 현지 적응 과정을 끝없이 거쳐야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도전을 계속하면서 자신을 지원해 줄 인맥쌓기 작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STG그룹은 인재를 중시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인재를 어떻게 키우고 관리하는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미국 MCI의 빌 맥가원 회장이 인재 관리의 롤모델이다. 이 회장은 사원을 뽑을 때 직접 인터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MCI에 근무할 때 맥가원 회장이 밤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일하는 내게 ‘당신이 MCI의 미래다’라는 격려 메일을 보냈었다. 이제 STG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족 중심 기업 문화’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원은 내 가족이다. 우리 회사는 사원에게 음식만큼은 무한정 제공한다. 가족이 부엌 식탁에서 음식을 함께 먹으며 얘기를 나누듯 우리 회사에서는 사원들이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일한다. 직원들이 그렇게 가족이 되고 팀을 이룬다.”

―한국 일부 대기업들이 스펙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STG는 해당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을 뽑아 그 분야 리더로 키워 가려고 노력한다.”

―한국에서는 ‘창조 인재’ 양성을 위해 문과와 이과 구분을 폐지하려고 하는데.

“교육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문·이과 폐지 조치를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처음부터 학생이 추구하는 방향 없이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면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그것보다는 대학에서 적성에 맞는 전공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쉽게 전공을 바꿀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지구촌을 무대로 뛰는 ‘제2의 이수동’이 쏟아져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회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찾아야 한다. 기회는 강물처럼 흘러간다. 그런 기회가 한꺼번에 오지도 않는다. 작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고, 다시 좀 더 큰 기회를 잡는 토대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나 사회는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을 조성해 놓아야 한다. 기회를 잡을 때 친구 등 누구든지 파트너가 될 수 있고,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저커버그도 친구들과 함께 페이스북을 만들지 않았나.”

―기업인으로서 인재 양성 등을 위한 ‘통큰 기부’를 계속했는데 기부 문화를 어떻게 정착시켜야 하는가.

“기부는 돈이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질뿐 아니라 정신이나 서비스도 얼마든지 기부할 수 있고, 누구든지 기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교육 분야 기부를 중시한다. 교육을 통해 젊은이의 가능성과 미래를 열어주는 데 남다른 관심이 있다. 젊은이는 가능성, 에너지, 꿈 3박자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인 배우 이필립씨는 STG에서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나.

“자녀를 키우면서 스스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필립은 사업가 DNA를 타고 났다고 보지만 어떤 일을 할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인터넷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그렇게 경험을 쌓아 자기 비즈니스를 개척해 나갈 것으로 본다.”

대담=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 이수동 STG그룹 회장 약력

▲1949년 경북 구미 출생 ▲고려대 산업공학과 졸업 ▲미 조지워싱턴대 공대 석사 ▲고려대 명예 경영학 박사 ▲ROTC 11기 ▲중앙일보·동양방송 근무 ▲미국 감사원·에너지부·교육부 컨설턴트 ▲MCI 기술이사 ▲STG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미국 중소기업청 선정 ‘올해의 중소기업인상’ 수상(1998년) ▲한국 국회의장 표창장 수상 ▲미국 연방의회 제정 ‘이민대상’ 수상 ▲한국언론인연합회 선정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해외동포 부문) ▲한국 국가정보화전략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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