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인명 피해를 냈던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아시아나 ‘보잉 777’이 태국 공항에서 기계장치 결함으로 이륙이 예정보다 10시간 넘게 지연됐고, 이로 인해 한국으로 향하던 210여명의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경향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1시20분(현지시간) 태국 방콕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 대기 중이던 아시아나항공 OZ742편이 고장으로 출발이 취소됐다.
당시 승객 215명이 탄 항공기는 활주로까지 이동했지만, 이륙 직전 비행기 엔진을 가동시키는 스타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아시아나 측은 승객들에게 “엔진 문제로 1~2시간쯤 점검을 해야 한다”고 안내방송을 했지만 필요한 부품이 현지에서 확보되지 않아 승객들은 기내에서 3시간이 넘도록 대기했다. 아시아나 측은 이튿날 오전 3시쯤 승객들을 호텔로 이동시켰다.
승객 A씨는 “엔진 결함에 부품 교체까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서웠다”며 “새벽에 비행기에서 다시 짐을 다 들고 나와서 동행하는 승무원 없이 승객들만 버스를 타고 호텔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 점검과 호텔 이동 과정에서 항공사 측의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던 것도 문제지만, 간단한 결함도 아닌 부품까지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승객들을 태우고 활주로까지 갔다는 게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아시아나 측은 “비행기는 일정 거리 이상 비행을 하면 늘 엔진 점검을 하고 있다”며 “승객들을 호텔로 이동시킨 직후 해당 부품이 공수됐지만, 출발이 지연되면서 ‘크루 레스트(승무원 휴식)’ 시간이 돼 불가피하게 출발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크루 레스트 시간을 초과해선 비행할 수 없다. 아시아나 측은 “일정상 해외항공을 이용하겠다고 한 일부 승객을 제외한 나머지 승객들에 대한 보상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항공편은 부품을 교체한 뒤 현지시간으로 4일 오전 10시5분 방콕을 출발해 오후 5시35분 인천에 도착했다.
고장을 일으킨 항공기는 지난 7월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과정에서 지상과 충돌해 3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난 비행기와 같은 기종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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