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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격조 높은 한류문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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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02 21:49:37 수정 : 2013-09-02 21: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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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팝(K-POP) 등 우리의 대중문화가 세계에서 각광을 받으며 한류(韓流) 확산에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행가처럼 잠시 인기를 얻었다가 금세 사그라져 버리는 안타까움도 많다. 이제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유산에서 자산을 발굴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오래전 TV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대장금’을 들 수 있다. ‘대장금’은 중국, 몽골, 베트남, 미얀마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켰고 근래엔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나는 우리 공예품의 전시·판매·시연 등을 위해 1970년대부터 일본을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선진국을 50여 회 방문했다. 해외의 순회 현장에서 현지인의 반응을 보고 느낀 것은 우리의 공예문화야말로 한류의 원조로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전통공예품엔 선조의 문화유산이 담겨 있다. 그중 알공예에는 신라 박혁거세, 고구려 주몽 등의 난생설화(卵生說話)가 스며들어 있어 흥미를 자아내게 된다. 또한 전통공예품은 벤처산업의 근간이 될 수도 있다. 옻은 항암효과는 물론 위장, 냉대하증, 혈액순환 등에 효능이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방짜유기 역시 여름철 생선회에 자생하고 있는 장염비브리오균의 살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건강을 위한 식품 용기로의 산업화가 가능하다.

이칠용 (사)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전통공예를 통한 한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고종황제는 1893년 미국 시카고박람회, 1900년 프랑스 파리박람회, 1902년 베트남 하노이국제박람회장 내에 한국관을 세우고 세계만방에 공예문화를 통한 조선 알리기에 최선을 다했다. 당시 전시됐던 공예품은 각국의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 등에 소장돼 우리의 뛰어난 예술성을 뽐내고 있다.

지난 4월 이탈리아의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뮤지엄에서 열렸던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 개관식에서 디자이너계의 거장인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한국인의 솜씨와 감각, 그리고 창의력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을 보니 한국의 무서운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이탈리아의 저명한 건축가 마리오 벨리니는 “한국이 요즘 산업 등 각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는데 전시를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며 극찬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 박물관에서는 전시품 중 건칠항아리를,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는 도자기를 영구 소장용으로 구입하는 등 전시회가 대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10월엔 대만, 12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아 재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우리의 공예품은 격조 높은 예술품으로서 한류열풍을 뒷받침할 좋은 소재이다. 하지만 한국공예문화가 이렇듯 세계인의 각광을 받는 데 비해 국내의 공예계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열악한 대내외적 환경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장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루빨리 ‘공예문화산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한국공예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면 정부에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한 몫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칠용 (사)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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