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알바도 예전의 절반, 2012년 매출 1억도 못미쳐
엿 등 재료탓 재고부담 커… 온도 오르면 폐기처분해야 지난달 30일 찾은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 자리 잡은 전통한과 업체 ‘가평잣한과’의 공장 2층에서는 직원 20여명이 작업대 3곳에 나눠앉아 갓 만든 유과를 우체국 쇼핑 전용 선물상자에 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우리 농수산물만 취급하는 직거래 장터인 우체국 쇼핑에 2001년 입점한 이 업체는 해마다 한가위를 비롯한 명절에는 쏟아지는 주문량에 생산을 맞추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갈수록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 걱정도 크다. 이 업체 김옥경 이사는 “이틀 전 우체국 쇼핑이 최대 20% 할인판매 행사를 시작한 뒤에야 주문이 온다”며 “4년 전만 해도 명절을 앞두고는 정신없이 바빠 며칠씩 밤샘했는데…”라고 작업장 한편에 가동을 중단한 포장기계를 가리켰다. 김 이사는 “전에 수천만원을 들여 사놨는데, 지금은 전기료 감당이 안 돼 인력으로 대신하고 있다. 배달용 트럭 한대도 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가평잣한과는 우체국 쇼핑을 통한 매출이 1억원에도 못 미쳤다. 수억원씩 거뜬하게 팔리던 금융위기 이전의 호시절은 이젠 꿈꾸기조차 힘든 일이 돼버렸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가평잣한과는 지역 특산물인 잣이 들어있어 고소한 향과 단백한 맛을 더했다. 해마다 어린 잣송이를 따 담은 전통 잣솔주로 유과를 반죽하는 데다 우리 농산물만 고집해 고가에도 인기를 끌었다. 김 이사는 “예전만 해도 중소기업에서 명절선물로 애용해 단골이 꽤 된다”며 “최근 이들 기업에 연락하면 하나같이 ‘경기가 좋지 않아 여유가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고 안타까워했다.
인력관리와 생산을 책임지는 한명화 실장은 “호시절에는 인근에서 노인들 60여명을 며칠씩 아르바이트로 뽑아 명절 때 찾아올 손주에게 줄 용돈을 벌게 해 줘 뿌듯함도 컸지만 지금은 30명 넘게 쓰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도 “명절을 앞두고 ‘일거리 없느냐’는 전화를 받고 거절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만 커진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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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기 가평군 청평면의 ‘가평잣한과’ 공장에서 직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우체국 쇼핑을 통해 한가위 선물로 나갈 선물상자에 유과를 채우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
소비자와 생산자 간 직거래 형태인 우체국 쇼핑은 이들 특산물 업체에는 재고 부담을 덜어주고, 소비자에게는 보다 싼값에 푸짐한 제품을 공급한다. 한과업체도 재고 부담이 크다. 엿이 들어간 한과는 온도가 조금만 올라도 눌어붙는 등 상품가치가 떨어져 폐기처분해야 한다. 보통 재고를 떠안는 조건으로 백화점, 대형 마트, 편의점 등에 납품하는데, 회수해보면 버릴 것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 양호한 제품은 냉방기기와 제습기를 돌려 상태를 유지해줘야 하는데 역시 비용이 문제다.
한 실장은 “올여름에는 한국전력공사에서 무슨 이유로 전기를 많이 쓰는지 알아보러 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우체국 쇼핑으로 주문받으면 재고 걱정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보니 일반 판매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을 담아 박리다매 형태로 제공한다”며 “우체국 쇼핑에 납품하는 1600g짜리 선물상자는 3만9000원인데 똑같은 양을 마트 등에서 사려면 7만원 정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평=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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