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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의 시네마 logue] ‘2 데이즈 인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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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29 19:32:24 수정 : 2013-08-29 19: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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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가족… 그래도 서로를 지탱해주는 힘
이방인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로스트 인 트렌스레이션’처럼 서로 다른 언어, 피부색,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섞일 때 긴장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몰라서 더 관대해지기도 하고, 뻔한 일인데도 괜히 신경이 곤두서기도 한다. 프랑스 여자와 뉴욕 남자의 만남도 그렇다. 게다가 한쪽은 백인이고 다른 한쪽은 흑인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인종, 문화지만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시간을 나눈다. 문제는 둘 사이에 다른 누군가 끼어들 때다. 게다가 가족일 땐 더 심각하다.

가족이 왜 침입자가 될까? 사실 결혼이란 서로 다른 가족 구성원이었던 두 사람이 뚝 떨어져 나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사회적 행위이다. 나에겐 당신뿐이면 좋겠지만 대개의 결혼엔 당신의 가족도 덩달아 따라온다. 나와 함께 있는 당신이야 익숙하지만 때로 가족 속 당신의 모습은 너무 낯설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일지 헷갈릴 정도이다.

영화 ‘2 데이즈 인 뉴욕’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에서 종종 목격되는 충돌을 한바탕 소동극으로 그려내고 있다. 결혼과 문화적 충돌은 영화의 소재로 종종 선택되곤 했다. 대만의 부모님을 초청해 가짜 결혼식을 올리는 ‘결혼 피로연’이나 ‘신부의 아버지’, ‘밋 페어런츠’ 등의 영화가 그랬다. 특히 남자 입장에서 아내의 아버지를 만나는 건 꽤나 끔찍하고 어색한 경험으로 묘사되곤 한다.

게다가 ‘2 데이즈 인 뉴욕’엔 뉴욕을 처음 방문한 프랑스인이라는 설정이 덧보태졌다. 영어라고는 쓰지도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 프랑스인인 데다가 사랑스러운 프랑스 아내의 가족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버거운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다. 히스테리컬한 처제는 줄곧 반나체로 집 안을 돌아다니고 처제의 남자친구이자 아내의 전 남자친구인 남자는 미국에 오자마자 마약을 구입한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어딘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장인도 버겁긴 마찬가지다. 고작 이틀이지만, 남자가 이해하고 참아내기엔 모든 게 과하다.

‘비포 선라이즈’의 여배우 줄리 델피가 이번엔 감독으로 나섰다. 수다스럽고 히스테리컬한 프랑스인들은 어떤 점에서는 미국인이 바라보는 프랑스인의 이미지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여자들 귀엽지”라는 이선 호크의 대사 속에 숨어 있는 느낌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줄리 델피는 이 히스테리를 수다와 해프닝으로 풀어낸다. 하나같이 이상한 성격의 인물들이 관객의 이해력에서도 멀어지려고 할 때, 문득 감독이자 여자 주인공인 줄리 델피가 말을 걸어 온다. ‘가족이란 무엇일까’라고 말이다.

태어나는 순간 가족은 주어진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들. 바꾸고 싶다고 해도 그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는 운명의 영역에 속해 있다. 하지만 부부의 인연은 좀 다르다. 한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 가족이 되기 위해 우리는 선택을 한다. 인간이라면 결국 누군가의 손을 잡고 살기 마련이다. 감독 줄리 델피는 그렇게 말한다. 가족이란 그런 것, 소동과 분란, 소음과 충돌 가운데서도 서로를 지탱해주는 구심점, 그런 것이라고 말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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