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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산업… 답은 자연에 있다

입력 : 2013-08-23 19:50:59 수정 : 2013-08-23 22: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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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피부 모방한 항균 페인트, 자외선 차단 뛰어난 하마의 땀
생체모방 기술 비즈니스 적용, 에너지 사용·폐기물 배출 줄어
제이 하먼 지음/이영래 옮김/어크로스/2만원
새로운 황금시대-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 모방/ 제이 하먼 지음/이영래 옮김/어크로스/2만원


‘벌과 벼룩의 운동 원리를 이용해 완벽에 가까운 천연고무를 만들 수 있다. 퀄컴사가 10억달러를 들인 나비 날개 연구는 세계 조명 에너지 비용을 80%까지 줄일 수 있고, 상어의 피부 원리를 모방한 항균 페인트는 연간 450만t의 연료를 절감한다.’

미국의 유명 벤처 기업가 제이 하먼이 쓴 신간 ‘새로운 황금시대’는 자연이 가진 기술을 비즈니스에 연결시키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소개한다. 바로 생체모방(biomimicry)을 이르는 말이다. 저자는 미국의 유명 벤처기업 ‘PAX 사이언티픽’을 이끌면서 생체모방 산업으로 거부를 이룩했다. 그는 곧 다가올 생체모방 혁명은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변이나 야외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하마에게서 나는 땀을 피부에 바른다고 한다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하지만, 하마의 땀은 4중 기능을 가진 매우 효과적인 자외선차단제이다. 인간은 증발의 물리학으로 염분이 섞인 땀을 흘려 피부를 식힌다. 하마의 땀은 혼합된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냉각을 비롯한 4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하마의 땀은 무독성의 뛰어난 자외선차단제일 뿐만 아니라, 소독·살충·항균 작용을 한다. 일본 교토대학 등의 연구팀은 하마가 분비하는 청색의 점액 물질에서 자외선 가시광선 범위의 빛을 흡수하는 두 가지 색소를 찾아냈다.

이 색소들은 물질을 손으로 문지르지 않아도 피부 전체에 골고루 퍼지며, 박테리아의 성장속도를 늦춘다. 일광욕을 즐기는 미인들이 하마의 액취를 좋아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를 응용한다면 매우 뛰어난 자외선차단제를 만들 수 있다.

매년 100만명이 피부암을 일으키는 미국의 경우, 자외선차단제 시장의 규모는 연간 7억달러에 이르고 계속 성장하는 추세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1800여개의 자외선차단제의 화학물질들은 피부에 독소를 유입시켜 피부암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개발자들은 하마 땀의 화학적 성질을 외장 페인트, 의류 등 자외선에 민감한 제품에 적용하려 연구 중이다. 

하마에게서 효과적인 자외선차단막을 만들거나, 점균류가 먹이를 찾으면서 만드는 흔적을 연구해 더 나은 도로망을 개발하는 것은 생체모방의 간단한 사례이다. 앞으로 생체모방의 연구 과제는 무궁무진하다. 나뭇잎을 모방한 태양광 전지에서부터 도마뱀의 생명 활동을 기초로 한 의약품 등은 가장 전형적인 사례이다.

고래 지느러미의 원리를 이용해 수력발전 터빈을 제작하면 두 배 이상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어크로스 제공
저자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말해 인류의 절반이 2달러 50센트 미만의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가 하면, 연료 가격은 널뛰듯 변덕스럽고, 날씨는 점점 가혹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일부 생명체의 대량 멸종을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 붕괴의 영향으로 인간 혁신의 속도는 늦춰지고, 의학계는 내성이 길러진 변종 박테리아와의 싸움에서 자신감을 잃고 있다.

암과 알츠하이머, 자폐증, 당뇨의 발병률은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면서 “환경 문제나 경제 문제의 대부분은 구태의연한 비즈니스 방식에서 초래된다”고 지적한다. 주요 비즈니스는 아직도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열을 가하고 두드리고 다듬는’ 식의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인류를 먹여살리는 데 전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지금까지 산업은 값싸고 풍부한 동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속도를 더 높이고자 한다면 자연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연료를 캐내 달려가면 되었다. 이런 접근법은 엄청난 부작용을 수반했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땅이 벗겨지며, 화석연료가 바닥나고 지구온난화 문제가 등장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와 기술 모델로 도약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공룡이 갔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저자는 현재 자연에서 응용한 유체 유동을 기초로 해서 고효율 냉각기, 터빈, 팬, 믹서장치, 펌프 등의 산업 설비를 디자인하고 있다. 저자는 “생체모방 기술로 폐기물을 줄이거나 없앰으로써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반으로 줄이는 게 자신의 사명”이라면서 “인간이 직면한 기술, 생물, 디자인의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가장 좋은 원천은 자연”이라고 강조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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