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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재량권 없는 '나홀로 국정'… 모든 화살은 청와대로

입력 : 2013-08-22 19:23:38 수정 : 2013-08-22 23: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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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장관제 유명무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책임장관제 구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정부 각 부처에선 책임장관제가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총리와 장관이 청와대와 대통령의 의중과 눈치를 살피느라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 결국 모든 책임은 박 대통령이 지게 돼 있다”며 “방향성만 제시하고 장관에게 최대한 재량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책 컨트롤타워 총리부터 청와대 눈치

정부 부처의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부터 책임총리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홍원 총리는 임명 전부터 박 대통령 대선공약인 책임총리제 실현 적합성 여부를 놓고 의구심을 받았다. 실제로 정 총리는 새 정부 조각부터 헌법상 제청권을 거의 행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경남 밀양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사회 갈등에 대해서도 정 총리와 국무조정실이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불량부품 납품비리에 따른 원전 가동중단으로 여론의 비난 수위가 최고조에 올랐던 지난 6월에는 정 총리가 예정된 대국민 담화 발표를 돌연 취소하면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섣부른 담화 발표가 오히려 여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 세 번째)가 22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정책추진 주체가 모호…청와대 입김에 휘둘려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뒤틀리는 일이 많았다. 최근 벌어진 세법개정안 논란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세법개정안 발표 후 반발이 거셌으나 “올바른 세법개정 방향”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사흘 뒤 박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언급하자 정부 입장은 180도 돌변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즉각 사과 성명에 이어 다음날 바로 수정안을 내놨다.

통상임금 문제도 일례다. 지난해 대법원이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례를 제시한 뒤 개별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랐으나 고용부는 후속조치를 외면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방미 때 대니얼 애커슨 GM(제너럴 모터스) 회장을 만나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밝히자 고용부는 그때서야 통상임금 지침을 새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인사지연·뒷북행정 논란


장관이 청와대 지시만 기다리는 사이 공기업 경영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인사 지연 탓이다. 청와대가 6월 관료 독식, 나눠먹기 논란으로 공공기관장 인선을 전면 중단한 여파로 당장 에너지 공기업은 수장이 없거나 실권 없는 수장의 지도 아래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된 올여름을 맞았다. 원전 운영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김균섭 전 사장이 6월 면직된 뒤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남의 한빛(옛 영광) 원전 6호기의 돌발 고장으로 전력수급 위기가 다시 불거졌는데도 이를 책임질 사장은 여전히 부재 중이다.

금융공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공석이 된 지 2개월째다. 한창 10여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공모까지 진행하다 청와대의 ‘공공기관 인사 올스톱’ 방침에 손을 놓았다.

정부가 현안 대응에 늦다는 비판을 받는 데는 박 대통령의 ‘침묵’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밀양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박 대통령의 ‘질책’이 떨어진 다음날(5월29일)에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국회가 제시한 ‘전문가 협의체 구성 및 공사 일시 중단’ 중재안에 서명했다. 주택취득세 인하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을 때에도 박 대통령이 국토부와 안행부 장관을 공개 질타하고 나서야 현 부총리가 총대를 메고 9월 예산안 편성 시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총리와 장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구상은 전혀 성과를 보지 못한 셈”이라며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국정운영의 묘를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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