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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전자발찌 찬 채 또 몹쓸짓… 국민은 아직도 불안하다

입력 : 2013-08-19 19:02:09 수정 : 2013-08-20 11: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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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성범죄와의 전쟁
1년 전 대한민국은 잇따라 발생한 강간 살인, 아동 성폭행 사건으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 8월20일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가에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던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무참히 살해한 ‘서진환 사건’이 발생했다. 서진환의 발목에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다.

열흘 뒤엔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목졸라 살해하려 한 ‘고종석 사건’이 터졌다. 재범자 관리와 아동 성범죄 등에 대한 제도상 허점이 드러나면서 정부는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부는 뒤늦게 성범죄자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성과 아동을 노린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자발찌 관리 강화…재범과 훼손 문제 여전

서진환은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7년6개월을 복역하고 2011년 10월 출소하면서 전자발찌를 찼다. 강간 전과 3범을 포함해 전과 12범의 고위험군 범죄자였지만 전자발찌 등 보호관찰제도는 유명무실했다. 법무부와 경찰 간의 업무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관할 경찰서는 서진환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달 법무부와 경찰이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신상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찰은 전자발찌 착용자의 성명과 주소, 실거주지 등 9가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전자발찌 부착자 1100여명과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7000여명의 거주지와 신상정보가 경찰의 ‘112 지도’에 표시되고, 11월부터는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자발찌를 찬 채 범행을 저지르거나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사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경북 영주에서 전자발찌 부착자인 김모(50)씨의 집에서 40대 여성이 살해됐다.

경찰이 김씨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김씨의 이동로 중간에서 훼손된 전자발찌가 발견돼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14일에는 광주에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전자발찌를 훼손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신상정보 공개…행방 감추면 ‘깜깜’

서진환은 신상정보 공개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신상공개는 2011년 4월16일 이후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2010년 1월1일 이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신상정보 관리 공개 대상을 제도 시행 3년 전에 형이 확정된 성인 대상 성폭력범까지 소급해 적용하도록 했다.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성폭력 전과자들은 주소와 실거주지, 직업, 소재지, 차량번호 등을 당국에 등록하고 변동이 있으면 이를 신고해야 한다.

경찰의 신상정보 확인 주기를 ‘연 1회’에서 ‘반기 1회’로 줄였다. 사진 정보는 ‘6개월 이내 찍은 사진’을 제출하던 것을 경찰서에 출석해 직접 촬영하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신상정보 공개대상자가 신고하지 않거나 행방을 감추면 사실상 관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찰이 지난 2월 신상정보 등록대상 성범죄자 5387명의 거주지를 확인한 결과 54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등 신상정보 공개대상 관리에도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

◆아동 음란물 소지, 화학적 거세는 여전히 논란

서진환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일 오전 2시부터 3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음란 동영상과 사진을 봤다고 진술했다. 고종석 또한 평소 일본 아동 음란물을 즐겨봤다고 진술했다.

성폭력 범죄에 단골로 등장하는 음란물에 소지 등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종전에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소지하면 벌금형을 받았지만 지난 6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개정된 이후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청법의 처벌 강도가 너무 강하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아동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라는 정의가 모호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고 처벌 수위가 높다는 이유다.

실제 2010년 82건, 2011년 100건이던 아청법 위반 사건은 지난 한 해 동안 2224건으로 무려 22배나 늘어났다.

서진환·고종석 사건 이후 화학적 거세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성충동 약물치료를 16세 미만 피해자 대상 성폭력범에서 모든 피해자 대상 성폭력범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약물치료 명령이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원과 검찰 역시 신중한 모습이다. 2011년 7월 법률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2년간 법원에 청구된 치료명령청구건수는 19건에 그쳤다.

건국대 이웅혁 교수(경찰학)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제도는 아직까지 필요한 사람이 찾아서 열람해야 하는 소극적 공개에 머물러 있는 등 제도 변화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성범죄자의 재활 노력도 배제돼 있다”면서 “제도의 실효성 측면을 점검해 개선·보완해 나가는 한편 성범죄자들의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는 프로그램 마련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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