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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도난, 적극적 신고가 최선의 예방책”

입력 : 2013-08-07 20:01:36 수정 : 2013-08-07 20: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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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이후 2만7431점 행방묘연
국보 ‘소원화개첩’ 아직도 못찾아
최근 문화재청 홈페이지 ‘도난문화재정보’ 게시판에 불상 한 점의 사진이 올랐다. 불상의 머리가 없어지고, 땅에 파묻힌 모습이다. 신상(神像)으로서의 존엄이 훼손된 터라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이 불상뿐 아니라 절도범의 부정한 손을 탄 문화재가 제법 많다.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 누군가의 소유물로 독점되고, 외국으로 팔려나가기도 한다. 우리 땅에서 소중히 간직돼 공유돼야 할 문화재가 ‘기구한 운명’을 만나는 것이다.


◆10년 넘게 자취 감춘 안평대군의 글씨

문화재청에 따르면 1985년 이후 지난달까지 도난문화재는 673건, 2만7431점이다. 국가지정문화재가 31건(278점)이고 지방지정문화재는 126건(1823점)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비지정문화재의 도난은 훨씬 많다. 516건에 2만5330점에 이른다. 회수된 것은 183건, 4708점(회수율 17.2%)이다. 도난 후 행방이 묘연한 문화재가 매우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국보는 3점이 도난을 당했는데, 2점은 회수를 했다. 찾지 못한 한 점이 ‘소원화개첩’(제238호)이다. 2001년 서울 동대문의 소장자 집에서 없어졌다. 소원화개첩은 명필로 유명한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글씨를 담고 있다. ‘몽유도원도’의 발문, 비문 등을 통해 안평대군 글씨의 면모를 알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내 문화재로는 소원화개첩이 유일한 안평대군의 작품이라 귀중한 가치를 가진다.

259점이 분실됐던 보물은 40점을 아직 못 찾았다. 이 중에 최근 뜻하지 않게 유명해진 문화재가 있다. 제569-4호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 유묵’이다. 안 의사가 1910년 뤼순 감옥에 투옥됐을 때 쓴 족자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 있었던 시인 안도현씨는 “유묵을 박근혜 후보가 훔쳐 소장하고 있거나 도난에 관여되어 있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043호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조사진영’은 뭉텅이로 도난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송광사가 배출한 고려시대 16명 고승의 모습을 1780년에 그린 것으로 13점이 사라진 상태다. 

국보 중 유일하게 도난문화재 목록에 오른 ‘소원화개첩’은 안평대군의 글씨를 전하는 국내 유일의 문화재였다는 점에서 가치를 가진다.
◆피해조차 제대로 모르는 문화재 도난


2009년 전남 영광의 한 집안에서 문화재 도난 신고가 있었다. 소장하던 3점이 없어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범인을 잡고 보니 피해 물품은 600여 점에 달했다.

산속 묘지의 문인석, 향로석 등의 도난사건 수사에서는 성묘 때 찍은 사진이 활용되기도 한다. 자주 가는 곳이 아니다 보니 문화재가 없어져도 자손들의 성묘 때나 확인이 가능하다. 도난 신고가 사건 발생 후 길게는 1∼2년이 지나고 접수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것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힘든 일이 왕왕 있다. 사정이 이러니 성묘 때 찍은 사진 같은 것을 통해 도난 물품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두 사례는 문화재 도난 사건이 일반 도난 사건과 다른 점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되는 특징이다. 문화재를 많이 소유한 문중이나 향교, 서원 등은 소장 유물을 목록, 사진 등으로 정리해두는 데 적극적인 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어떤 문화재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소장자 본인조차 모르는 일이 있다. 피해 물품을 모르니 회수하는 것이 힘든 건 당연하다. 최악의 경우 회수하고도 소유 사실을 확인할 증거가 없어 돌려받지 못하기도 한다. 문화재청 허종행 문화재사범단속반장은 “사진을 찍고, 목록을 만들어두라고 권하지만 남이 보면 손을 탄다고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순천 송광사의 조사진영은 16점 중에 13점이나 도난을 당했다.
신고를 아예 기피하기도 한다. 수사 때문에 오가라 하는 것이 귀찮고, 신고해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도난문화재의 회수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17.2%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최근 5년간에는 7.2%로 뚝 떨어진다. 도난문화재의 대부분인 비지정문화재 회수율은 15%밖에 안 된다.

단속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이 1차적인 원인이다. 문화재 도난사건을 전담하는 인원은 문화재청의 경우 3명밖에 안 된다. 경찰이 지원하기도 하지만 상시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문화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이탈리아는 ‘아트 폴리스’를 운영하고 있어 도난문화재를 찾는 비율이 높다”며 “우리는 단속반이 너무 약하다. 인력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반장은 “(회수율이 낮다고 해도) 일단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난 유물을 되찾는 것은 물론 사건을 예방하는 데도 신고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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