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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품질은 ↓ 가격은 ↑…'울며 우유먹기'

입력 : 2013-08-06 19:54:58 수정 : 2013-08-07 08: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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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급 원유 인센티브 오른 탓… 1등급 원유 줄고 2등급은 늘어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우유 가격 인상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원유 품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올해 처음 시행된 원유가격연동제로 우유 가격이 매년 오를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은 돈을 더 지불하면서도 더 낮은 품질의 우유를 마셔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 정부는 우유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한 적정성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1㎖당 체세포 수는 23만4000개로 전년 22만5000개에 비해 4.0% 늘어났다. 2008년 1㎖당 20만7000개였던 체세포 수는 2009년 20만4000개로 줄어들었다가 2010년 22만개로 급증한 뒤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내 생산 원유는 그 속에 포함된 체세포 수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뉜다. 체세포 수는 젖소 유방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젊고 건강한 젖소일수록 원유 속 체세포 수가 적다.

등급별 체세포 수 기준은 1등급이 1㎖당 20만개 미만, 2등급이 20만∼35만개 미만, 3등급이 35만∼50만개 미만, 4등급이 50만∼75만개 미만, 5등급이 75만개 이상이다.

체세포 수 증가로 품질이 떨어지다 보니 원유 1등급 비율도 감소하고 있다. 전체 원유 중 1등급 비율은 2007년 58.0%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08년 57.6%, 2009년 57.7% 2010년 52.1%, 2011년 49.0%, 2012년 45.1%로 줄고 있다.

원유 품질이 떨어진 것은 2011년부터 원유 가격 산정 시 낙농 농가와 우유 업계가 2등급 원유에 대해 인센티브를 올리기로 합의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양측은 1ℓ당 23.69원이었던 2등급 원유의 인센티브를 1등급 인센티브(51.50원)와 비슷한 47원으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2등급 원유 비율이 2009년 31.1%에서 지난해 40.6%로, 3등급은 같은 기간 8.3%에서 10.9%로 증가했다.

낙농 농가는 원유 품질을 높이지 않아도 적정 수준의 대가를 받을 수 있고 우유업체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지만, 소비자는 오히려 더 안 좋은 우유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다. 당시 양측의 합의 내용을 두고 제기됐던 우유 품질 저하 우려가 여지없이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더구나 올해 처음 시행된 원유가격연동제로 매년 원유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 품질 저하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8월에 사료·환율 및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1년간 원유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3∼5년의 주기로 원유 가격을 결정해 매년 우유 가격이 인상되지 않았다.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우유값 인상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6일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에서 한 남성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간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을 올려왔는데 연동제를 통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게 됐다”며 “원유 등급 간 가격 차이도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정부는 최근 우유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주요 우유업체의 가격 인상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우유 가격 인상이 제과·제빵이나 발효유 등 우유를 원료로 쓰는 업종으로 파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는 등 추가적인 대응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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