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주목, 이사람] 김장언 대한남자간호사회 초대 회장

입력 : 2013-07-23 21:25:40 수정 : 2013-07-23 21:25: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男간호사들도 지방 공공의료원서 대체 군복무를”
‘대한남자간호사회’라는 이름도 생소한 단체가 올 4월 공식 출범했다. 1962년 국내에 남자간호사 1호가 배출된 지 반세기 만이다. 그들만의 단체가 결성될 정도로 최근 남자간호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남자간호사회 초대 회장인 김장언(54)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수간호사를 며칠 전 만나 남자간호사회의 결성 배경과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서울대병원 최초의 남자간호사, 최초의 남자 수간호사이기도 하다.


“남자 간호사들이 최근 5년 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이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고, 여성만의 단체인 대한간호사협회가 채워 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004년 830명이었던 남자간호사는 현재 8배로 늘어나 6200여 명에 달한다. 간호대학 재학생 수도 매년 1000여명씩 늘고 있다. 현재 남자간호사는 전체 간호사의 2.2%이지만, 올해 간호사 자격시험 합격자 중에는 남자가 7.8%에 달했다. 또 2012년 간호대학 남자 신입생 수는 2900명으로 전체의 10%가 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적 인식이 변해 간호사가 여자 직업이라는 인식이 엷어졌고, 여기에 취업난까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간호사 하면 여자’라는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고, 지위와 처우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현재 남자간호사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안은 ‘공중보건 간호사제도’ 도입이다. 간호학과 수업이 실습 위주로 진행되는데 학기 중간이나 졸업 후 군대에 입대할 경우 의료교육이 단절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간호대학의 남학생 대부분이 일반 사병으로 군복무를 하게 되는데, 제대 후 학교에서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공중보건 간호사제도가 도입되면 지방 병원과 농어촌의 간호사 부족 문제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지방 공공의료원 등에서는 공중보건 간호사제도 도입을 적극 반기고 있다고 한다.

남자간호사회는 대한간호협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간호법 제정에도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는 2월 간호조무사가 경력을 쌓으면 간호사 면허를 딸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간호인력 개편안을 발표했다. 대한간협은 이에 반발하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명확한 업무 구분, 간호사 인력 확대 제도화를 골자로 하는 독자 간호법 관철을 위한 서명운동에 착수한 상태다.

올 4월 남자간호사회가 공식 출범했다. 초대 회장을 맡은 김장언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수간호사는 지방의 간호 인력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공중보건 간호사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정탁 기자
남자와 여자 간호사는 기본적으로 업무 영역에 별다른 구분이 없다. 다만 수술실이나 응급실, 중환자실, 정신과 병동 등 업무 강도가 센 부서에 남자간호사들이 좀 더 배치된 상태다. 요즘은 남자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특히 일선 중소병원에서는 남자간호사를 무척 선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중소병원에서 남자간호사를 선호해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라며 “분만휴가 등이 없고, 같이 야근하기도 편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남자간호사는 아직도 적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간호사의 10% 정도가 남자이다. 또 외국에는 일부 처방권을 갖고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간호사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제도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체적인 간호사 수도 많이 부족한 상태다. 고령화사회가 되고 복지제도가 확충되며 간호사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간호조무사 승급을 둘러싼 논란도 근본적으로는 간호사 부족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간호사 30만명 중 현역은 20만명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10만명이 실제 일을 할 수 있도록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간호학과 79학번. 그가 간호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7년 서울대 의과대학 간호학과에 최초로 입학한 남학생 기사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1978년에 서울대 사범대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후 그다음에 다시 진로를 고민할 때 2년 전 봤던 신문기사가 생각났다고 한다.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졸업 후 진로 예측이 가능한 것에 마음이 끌렸다”는 게 그가 밝힌 진학동기다. 당시 부모님도 아들이 간호학과에 입학하는 것에 극력 반대했다. 여자가 대부분인 간호학과 학생과 병원 간호사 생활도 쉽지 않았다. 대학시절 내내 같은 과 여자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고, 병원 수술실에서 남자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요즘은 현재의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며 “다른 직업을 택한 친구들 중에는 벌써 은퇴한 사람도 많은데 우리는 한참 더 일할 수 있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니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간호사를 지망하려는 남학생들에게 그는 “스스로 확신이 섰을 때 결정하고, 일단 결정했으면 한눈팔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어떤 직업이든지 자기 하기에 따라서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며 “집중해서 한 우물을 파다 보면 기대도 하지 않았던 좋은 일이 생기고,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