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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넘겼나… 폐기했나… 못 찾았나… NLL공방 마침표는 없다

관련이슈 'NLL 회의록' 폐기

입력 : 2013-07-18 20:02:04 수정 : 2013-11-23 19: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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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첩보영화의 한 장면같이 홀연히 행방이 묘연해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북방한계선(NLL) 정국을 다시 달구고 있다. 당초 원본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가기록원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면 NLL 논란도 깔끔히 정리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여야는 이제 회의록 행방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파기설이 제기되면서 회의록 원본 문제가 장기 미제가 될지 주목된다.
노무현정부가 안 넘겼나

회의록 관련 문서 생산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가장 먼저 의심을 받는다. 노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거나 파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위가 쟁점으로 부상한 뒤 한 매체는 노 전 대통령 파기설을 제기한 바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도 18일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 폐기설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부터 쭉 나오던 얘기”라며 “(노 전 대통령이) 보여줄 수 있는 것만 이관하고 미심쩍은 것은 그냥 봉하마을로 가져갔을지 누가 아느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펄쩍 뛰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이미 대선때 “참여정부에서는 이지원(e-知園)으로 정상회담 문서가 보고되고 결재됐기 때문에 폐기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지원이란 디지털지식정원이란 뜻으로,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청와대 온라인 업무관리시스템이다. 노무현정부 마지막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지낸 김정호 봉하마을 대표도 이날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824만건에 달하는 모든 기록물을 넘기고 혹시나 싶어 외장하드에도 담아 별도로 보냈다”며 “회의록만 빠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관련자 발언을 종합하면 회의록은 2007년 10월3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노 전 대통령이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지시해 국정원이 2부를 작성, 1부는 자체 보관하고 1부는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청와대 보관본은 임기 말인 2008년 2월20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에 이관됐다는 게 정설이었다. 청와대 보관본은 조명균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국정원이 보고한 것을 토대로 다시 문서화해 만든 최종본이다. 이때부터 회의록은 ‘조명균본’과 ‘국정원본’ 두 가지가 있었던 셈이다. 국정원본은 NLL 논란이 일자 남재준 국정원장 지시로 비밀분류에서 해제돼 일반에 공개됐다. 이번에 국정원본과 청와대본을 비교해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진위를 확실히 하자는 취지에서 여야 열람위원이 국가기록원을 찾았으나 청와대본의 종적을 알 수 없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의 ‘증언’이 중요한 시점인데, 거취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자료에 대한 여야 열람위원의 예비열람 결과를 보고받기 위해 18일 긴급 소집된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최경환 위원장(가운데)이 여야 의원과 협의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명박정부 파기설

이명박 전 대통령 측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 원장이 그렇게 불법복제판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설쳐댔던 그 배후에 이와 같은 음모가 도사렸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에서만 의혹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아무래도 께름칙하다. 최악의 경우 이명박 정권이 파기했거나 유실,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가기록원의 철통 같은 방호를 뚫고 들어가 자료를 파기하고 조작했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며 “파렴치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정호 대표도 “(이지원에) 등록된 자료는 (삭제가) 안 된다”며 “개연성은 있으나 문제는 우리(노 전 대통령 측이)가 (국가기록원에) 보낸 기록물 전체를 훼손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록원 깊은 곳에서 잠자나

노, 이 정부가 손대지 않았다면 회의록은 국가기록원에 남아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기록원이 이관받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유실, 훼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다만 유독 회의록만 잘못됐을 가능성은 작아보인다. 전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대통령기록관은 국가기록원장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며 “기록물이 이관됐다면 시스템적으로 분실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국가기록원 측이 자료를 못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밀기록물이어서 전혀 다른 코드명으로 제목을 달거나, 대통령기록관과 이지원 운영시스템의 차이로 문서 검색을 못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어서다. 전직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이지원의 문서를 그대로 이관했기 때문에 (회의록을 이관했다면) 이지원 시스템 안에 있을 수 있다”며 “시스템상 삭제됐을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검색이 복잡하기 때문에 아직 찾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호 대표는 “(국가기록원 측이) 못 찾고 있거나 회피하고 있는 게 아니냐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저희가 할 수 있다면 이지원 시스템을 구동시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청중·유태영·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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