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증도대교 개통 후 섬 정체성 상실 ‘보류’ 판정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국내 슬로시티 4곳 중 2곳이 재인증 심사에서 탈락, 보류 결정으로 사실상 퇴출되자 슬로시티 관광 마케팅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 슬로시티 관련 전남권의 기초지방자치단체 안팎에서 관광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는 눈길이 감지되고 있다.
7일 한국슬로시티본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슬로시티국제연맹은 지난해 12월부터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인 전남 담양 창평과 장흥 유치·장평, 완도 청산도, 신안 증도 4곳을 대상으로 재인증 심사를 벌여 장흥은 탈락, 신안은 보류 결정을 내렸다. 국내 12개 슬로시티 가운데 회원 자격이 상실되기는 국내 슬로시티 지정 6년 만에 처음이다.
장흥은 슬로시티 실적 자료가 불충분한 점을 비롯해 관련 사업과 슬로시티와의 연관성 부족, 별도 부서와 슬로푸드 식당 부재, 낮은 공무원 인식도 등이 발목을 잡았다. 또 관광과 체험위주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일부 영리를 추구한 측면이 악재로 작용했다.
신안 증도는 슬로시티 지정 2년여 만인 2010년 3월 증도대교가 들어서면서 섬으로서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잃은 데다 외지인 방문이 폭증하면서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점, 5년 동안 성과가 미흡하고 일부 업소에서 로고를 불법 사용한 점 등이 부정적 요인이 됐다.
사실상 슬로시티에서 퇴출된 장흥군은 충격 속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우선 당장 브랜드가치 하락에 따른 관광객 감소와 슬로시티 로고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전남 4개 슬로시티에서만 관광객 수가 2008년 43만명, 2009년 62만명, 201년 118만명, 2011년 137만명으로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인증 직전인 2007년 25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 5.5배나 늘어난 셈이다.
당장 9월 초부터 국제슬로시티연맹 로고를 사용할 수 없다. 교통표지판을 비롯해 각종 행정서류, 안내 책자, 홈페이지 등에서 자유롭게 사용해온 슬로시티 로고(달팽이가 마을을 이고 가는 모양)도 전면 금지돼 대대적인 정비사업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허청 등록상표가 장흥에서만 정남진 슬로우시티 장흥 등 3건에 이르고 농수축산식품 등 90여 종류가 이를 활용하고 있는 데다 걷기 열풍에 힘입어 슬로시티 수련의 길이라는 도보 코스도 개발된 상태여서 퇴출 여파에 민감한 실정이다.
슬로시티 자격 박탈로 국비 지원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2009년과 2010년 각각 37억원, 36억원에 달했던 지원액은 전국 각지에 슬로시티가 들어서면서 2011년 12억원, 지난해 11억원으로 점차 줄어든 상황인데 이번 퇴출로 추가 감소마저 우려되고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슬로시티 퇴출로 장흥군의 각종 사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지난해부터 지역 대표 축제인 물축제와 연계해 슬로시티 축제한마당을 벌여왔으나 이번 퇴출 결정으로 행사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장흥=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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