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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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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03 02:25:03 수정 : 2013-07-03 02: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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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목표 北고립에 중점은 안 돼
中 활용 국가안보 간극 메워가야
냉전 종식과 함께 불거진 북핵문제가 20년의 시간을 넘기고 있다. 20년의 시간 속에서 북핵문제는 몇 차례 중요한 국면을 맞이한 바 있다. 2차 대전 이후 동북아 지역 최초의 다자안보논의체인 6자회담이 열리기도 했고 제네바합의를 포함해 북·미 간에는 수차례의 외교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 사이 북한은 3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해 소위 핵무기클럽 5개국(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과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입 3개국(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을 제외하고는 NPT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핵무기 보유를 시도했다. 하지만 북핵 20년에서 중국의 역할이 차지하는 중요성의 증대는 그 어떤 사안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러한 변화 가운데 이뤄졌다.

박인휘 이화여대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북한은 생존을 위한 정권 차원의 정책적 옵션 중에서 ‘핵무기 개발’을 선택해 스스로 금과옥조로 여기던 자주성과 주체성의 존립기반을 흔들어 버렸다. ‘핵무기’는 그 사안의 성격상 한반도 차원을 넘어서는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한반도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치열하게 전개된 북한의 위기 고조전략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서 6월 한 달 동안은 동북아를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됐다. 향후 더욱 가속화될 동북아 외교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정부가 전개한 정상외교의 핵심은 한·미·중이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태도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이 개별적 혹은 각기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원칙적으로 강조했지만 지금처럼 정부 주도의 정교하고 전략적인 조율 속에서 북한에 외교적 압박을 가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평화를 위한 정부의 새로운 노력은 한·미 및 한·중의 양자외교관계에서는 물론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ARF(아시안지역안보포럼) 등의 다자외교관계에서도 힘을 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뢰의 개념을 남북관계에 적용하고자 하는 우리의 외교 전략이 국제사회로부터 일정한 지지를 확보한 셈이고, 결과적으로 북한에는 그만큼 큰 압박과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외교목표가 한층 가중된 북한의 외교적 고립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동북아외교전에서 고립됐다는 판단은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전략적 계산에 의해 대화를 포함한 유화국면에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관점에서 핵은 ‘생존’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되는 한 급속한 비핵화나 체제변화의 갱신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한·미·중 공조체제는 북한의 미래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한·미동맹은 신뢰할 만한 우리의 외교안보적 자산으로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북한의 군사적 공격을 막아낼 수는 있어도 20년 동안 계속된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중국은 우리 국가안보이익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목표는 같지만 그러한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한 전략에서는 차별성이 노출됐다는 차원의 논쟁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건설적이고 호혜적인 한·중 관계란 어차피 큰 틀에서 이룩한 외교적 합의를 구체적인 실리로 전환하는 우리의 노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박인휘 이화여대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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