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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전시회, 꼭 ‘화이트 큐브’서 하란 법 있나요

입력 : 2013-06-26 18:29:50 수정 : 2013-06-26 18: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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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주택·한옥 등 색다른 전시공간
하얀벽·적막 등 전형적 이미지 탈피
작품·경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
미술관이나 갤러리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네모난 하얀 벽과 그곳에 걸린 작품들 그리고 적막. 이들을 제외하곤 다른 것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다른 감각들을 모두 배제한 채 작품에만 집중하라는 묵언의 메시지일 테다. 만약, ‘화이트 큐브’가 아닌 색다른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한다면 어떨까. 문득 궁금해진다. 실제로 갤러리 가운데는 여관·주택·한옥 등 독특한 공간을 활용해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있다. 기존의 전형적인 공간과 달리, 이곳의 작품들은 공간과 어우러지며 또 다른 분위기를 창조한다. 그곳에서는 작품을 감싸안는 공간마저 예술 작품이 된다.
80여년간 나그네를 위한 공간이었던 ‘보안여관’에서는 현재 다양한 전시와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투숙객의 기억과 흔적, 보안여관

모든 흔적을 차츰차츰 지워가는 도시 서울에도 켜켜이 묵은 역사를 간직한 채 살아 숨 쉬는 공간이 있다. 서울 통의동 ‘보안여관(保安旅館)’은 80여년의 세월 동안 나그네를 위한 공간이었다. 1930년대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던 ‘시인부락’이라는 문학동인지도 서정주 시인이 보안여관에 하숙하면서 김동리·오장환·김달진 시인 등과 함께 탄생시킨 것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불특정 다수가 이곳에 머무르며 저마다 짐꾸러미를 풀어 놓았다. 보안여관에는 수많은 이의 숨결과 역사가 서려 있고, 그 숨결마다 맺혀 있는 모든 이들의 정처없는 삶의 흔적이 아로새겨져 있다.

이곳이 2007년부터는 ㈜메타로그 아트서비스가 운영하고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지금은 다양한 전시와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살아 움직이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부터는 문화·예술이라는 쉼터를 찾아나선 새로운 투숙객들이 여관을 방문하고 있는 셈이다. (02)720-8409

‘유진 갤러리’는 낯익은 누군가의 집에 들러 소장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집과 그림의 조화, 유진 갤러리

서울 청담동의 번화한 거리를 벗어나 잔가지 같은 골목을 따라 들어간다. 한적한 뒷길에 이르면 빌라 숲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한눈에 보기에도 고고해 보이는 집 한 채가 있다. 탁 트인 잔디마당에 자리한 담백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의 주택이다. 붉은 벽돌을 쌓아 완성한 공들인 외관, 오래될수록 멋을 더하는 나무와 돌, 안이 시원하게 들여다보이는 통유리가 이 집의 매력이다.

이 집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잠시 거처하는 공간, 갤러리다. 유진 갤러리는 화이트 큐브로 둘러싸인 기존 갤러리와 다르게 낯익은 누군가의 집에 들러 소장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방과 거실을 오가며 집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삶의 일부인 것처럼 나에게 젖어오는 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이유진 관장은 순수회화를 전공한 작가였다. 원래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었지만, 이 집이 그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 이 관장은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인데, 자식 모두 출가시킨 부모님께서 더 이상 주택관리가 힘들다며 이사를 선언하셔서 그때부터 집의 용도를 고민했다”며 “젊은 작가들과 관람객을 위한 편한 갤러리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7월31일까지 열리는 ‘빛으로 간 사진’이다. 벤 닉슨·크리스 매카우·클리아 매키나·린다 코너 등 현재 미국 사진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02)542-4964

한옥 두 채가 나란히 기와지붕을 맞댄 형태로 이뤄져 있는 ‘류가헌’에서는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 중이다.
◆한옥과 사진의 만남, 류가헌

서울 통의동 큰길을 벗어나 작은 골목길로 빨려들어간다. 바람과 시간마저 멈춰버린 듯한 그곳에 사진을 담은 한옥, 류가헌이 있다.

류가헌은 한옥 두 채가 나란히 기와지붕을 맞댄 형태로 이뤄져 있다. 40여평 한옥은 갤러리다. 이곳에는 서까래들이 내려다보이는 ‘ㄱ’자형 전시공간, 긴 뒷마루 그리고 하늘과 소통하는 잔디마당이 있다. 사진 책들을 볼 수 있는 작은 커피숍도 있어 관람과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30여평의 작은 한옥은 사무동으로 쓰이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사진가 이한구의 작업실과 아네스 박의 디자인스튜디오 ‘여름’이 있다.

류가헌은 갤러리 이름 앞에 ‘사진위주’라는 말이 붙는다. 이 공간이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사진을 으뜸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사진 작품을 실은 무크지도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류가헌이 ‘사진위주’라는 이름의 틈새로 음악과의 만남을 시도한 전시를 연다. 바로 최고은의 세 번째 EP앨범 출반 기념 쇼케이스인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의 ‘REAL’전이다.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음악이라는 청각적 요소에 사진과 영상을 더해 공감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꾸린 독특한 기획전이다. (02)720-2010

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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