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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식물의 소리없는 비명… 생명에 대한 무례함에 일침

입력 : 2013-06-23 18:35:02 수정 : 2013-06-23 18: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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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중호 개인전 ‘예의를 잃지 맙시다’ 전시 타이틀부터 흥미롭다. ‘예의를 잃지 맙시다’. 작가는 무엇에 대한 예의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염중호의 ‘예의를 잃지 맙니다’.
그의 그림을 보다 보면 답이 나온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도시의 매연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보도블록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가로수. 가지가 무성해 보기 흉하다며 가차없이 가지치기를 당한 나무. 이렇게 인간이 만들어놓은 흉악한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식물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소리없는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염중호의 그림은 도시에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식물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작가는 가련한 식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예의 없음에 일침을 가한다.

이번 전시는 순전히 인간의 편의에 의해 조성된 도시 환경에서 식물이 어떻게 적응하고 생존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평소 주변의 버려지고 지나쳐버리곤 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인간 중심의 도시 환경에서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리고 인간이 식물에 조성해준 열악한 환경과 인간이 식물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 자연이 훼손되거나 사라져가는 상황을 담담하게 사진에 담았다.

작가의 개인작업 외에도 다른 작가 7명과 협업한 작품도 전시된다. 강석호·권경환·김수영·로와정·리오넬 사바테·최대진 등 작가 6명은 염중호의 작품을 보고 그와의 소통을 거쳐 작업한 ‘식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예외적으로 박진아와의 협업은 사진을 선택하지 않고 그림편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컬렉션에서 8월10일까지. (02)3219-0271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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