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음악인들 지휘·협연… 공연 뒷받침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 교향곡을 공연장에서 직접 들으려면 VIP석이 아니더라도 10만∼20만원은 쓸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이나 KBS교향악단 같은 국내 정상급 악단의 공연을 보자니 연말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답답한 클래식음악 팬들에게 올해 처음 열리는 ‘대학오케스트라축제’를 추천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불후의 명곡을 감상하고, 장차 한국 음악계를 이끌 인재들도 만날 수 있다.

레퍼토리만 놓고 보면 한양대와 경희대가 가장 눈에 띈다. 한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최희준)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경희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서진)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각각 연주한다. 나란히 독일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거장이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교향곡이다. 환희가 넘치는 ‘합창’과 비통함이 가득한 ‘비창’ 둘 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이다.
한양대는 ‘합창’의 감동을 재현하고자 상당한 공을 들였다. 4악장 ‘환희의 송가’ 합창을 위해 음대 성악과 교수인 소프라노 박정원, 메조소프라노 정수연, 테너 김우경, 바리톤 정록기 4명의 정상급 성악가가 나선다. 성악과 재학생들도 합창단원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기악 위주의 다른 대학 공연과 달리 기악과 성악이 결합한 한양대 공연은 벌써부터 이목을 끈다.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보다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음악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이가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다. 그가 남긴 9개의 교향곡은 세계적 지휘자와 악단들이 꼭 연주해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이번에도 서울대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임헌정)와 한예종 학생들로 구성된 크누아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정치용)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9번에 각각 도전한다.
7번은 브루크너 교향곡 중 최고의 걸작이고, 9번은 마지막 악장이 미완성인 채 브루크너가 타계해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곡이다. 임헌정과 정치용, 두 명지휘자가 브루크너 해석에서 어떤 차이를 보일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여자 단원으로만 채워진 숙명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김경희)와 이화여대오케스트라(지휘 성기선)의 공연은 관객에게 색다른 맛을 선사할 것이다. 가냘픈 여학생들이 콘트라베이스·튜바·팀파니처럼 덩치 크고 무거운 악기를 척척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여성시대’가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이가 많을 듯하다. 숙명여대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이화여대는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각각 선보인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평일 오후 8시, 일요일 오후 5시 진행된다. 1만5000원. (02)580-1300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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