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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밀어내기 유제품, 종착지는 '삥시장'

입력 : 2013-05-08 13:15:13 수정 : 2013-05-08 13: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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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에게 물품을 강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대리점주들이 억지로 떠안은 물건을 처분했다는 이른바 ‘삥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삥시장은 필요 이상의 물건을 강압적으로 넘겨받은 대리점들이 비용을 회수하려고 헐값에 물건을 처분할 때 주로 찾는 곳으로, 무자료 거래가 많다.

7일 삥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 100m 정도의 시장 골목에는 유제품, 과일음료, 청량음료 등을 박스 단위로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시중가보다 10∼20%에서 50%까지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1개에 1300원 받는 남양유업의 한 커피음료는 10개들이 한 상자에 8000원이면 구입이 가능했다. 소매가보다 40% 가까이 싼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캔 음료 등 주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이 삥시장에서 거래된다. 삥시장 상인들이 소비자 가격의 20∼30% 수준에 사들여 50% 가격으로 되판다. 유제품은 60∼70% 가격에 사서 75% 수준으로 판매한다. 물건은 주로 소매상들이 구입해가며 ‘원플러스원’이나 ‘반값 할인’ 행사 때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삥시장은 전국 각지에 은밀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 전·현직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증언이다. 서울에서 대리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서울만 해도 각 시장 곳곳에 삥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청량리와 노량진 일대”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삥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 유제품, 과일음료, 청량음료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재문 기자
제조업체에서 직접 삥시장에 물건을 공급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대리점주 B씨는 “제조업체에서 재고를 처리하려고 삥시장에 직접 물건을 푸는 것으로 안다”면서 “캔 음료, 통조림 등이 그 대상”이라고 전했다. 청량리 도매시장 상인들은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않는 ‘무자료 거래’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상인 C씨는 “옛날에는 이곳이 삥시장으로 유명했지만 요즘은 무자료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인 D씨도 “물건을 대리점에서 헐값에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에서 직접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일부에서는 여전히 무자료 거래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 도매가게에 전화를 걸어 캔 음료를 대량으로 사고 싶은데 무자료 거래가 가능하냐고 묻자 곧바로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팀장은 “삥시장은 비정상적 거래행위로 탈세 수단이 될 수 있고,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손해를 줄 수 있다”며 “대리점주들이 삥시장을 통해 물건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할 제도가 강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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