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러더’ 시대 우려 소리도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폭발물 테러가 있었다. 범인 에릭 루돌프를 붙잡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이번 보스턴마라톤 테러 용의자는 나흘 만에 검거됐다. 지난 17년 사이 정보기술(IT)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이다. 현장에 있는 누구라도 사진을 찍어 인터넷을 올리면 삽시간에 퍼진다. 무수히 많은 휴대전화기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정보를 통해 사건 상황을 1㎝·1초 단위로 재구성할 수 있다. 개인이 생활을 감시당하는 ‘빅 브러더’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신속하게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에는 휴대전화기와 CCTV가 크게 기여했다. 15일 세계적인 마라톤대회가 열린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찍힌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 휴대전화기로 찍은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올려져 수사를 도왔다. 로드앤테일러 백화점과 레스토랑의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도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
테러 등 각종 범죄 해결에서 CCTV 위력은 이미 수없이 입증됐다. 2005년 영국 런던 자살폭탄테러 공격 당시 광범위한 CCTV망을 통해 사건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안면인식기술’까지 개발해 놓은 상태다. 얼굴에서 눈과 눈 사이 거리, 콧등 길이, 입술꼬리 각도 등 신체적 특징을 잡아낼 수 있는 기술이다. 동영상에서 얼굴 정보를 추출해 내는 이 기술을 쓰면 1초에 3600만개의 안면인식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경기장에 모인 수만명 중에서 쉽게 특정 인물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보스턴 사건이 사생활 감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는 기사를 통해 “빅 브러더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이 지금은 달라졌다”고 전했다. 워싱턴대 닐 러처드 교수는 “길거리에 더 많은 카메라가 설치되더라도 반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는 용의자인 타메를란(26·사망)·조하르(19) 차르나예프 형제 신상을 파악하는 데 유용했다. 타메를란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이슬람 지하드 지도자 영상을 게재했다 삭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테러리스트’라는 카테고리로 영상을 분류하거나, ‘나는 미국인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트위터를 통해 조하르가 자동차와 맥주마시기 게임인 ‘비어퐁’, 드라마 ‘왕좌의 게임’, 치즈버거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금세 드러났다. 반면 용의자 2명 사진이 공개된 18일 수개월 전 실종된 한 대학생을 지목하는 글이 올려지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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