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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미국과 중국이 첫 정상회담을 연 1972년 2월 21일. ‘죽의 장막’ 중국 땅을 처음 밟은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을 환영하는 국빈 만찬이 열렸다. 만찬으로 나온 음식 하나가 미국인을 사로잡았다. 상어지느러미인 샥스핀 스프와 찜. 부드러운 식감과 뛰어난 풍미…. 맛을 본 미국인의 찬사가 이어졌다. 명성이 서방 세계에 전해졌고 샥스핀은 세계 미식가들의 음식 리스트에 올랐다.

상어의 슬픈 운명 서막은 그렇게 올랐다. 샥스핀 소비량이 불어날수록 오대양을 누비는 상어 사냥꾼도 늘어났다.

전복, 제비집과 함께 중국 3대 진미재료로 꼽히는 샥스핀. 송나라 소설 ‘금병매’에 처음 기록으로 등장한다. 청나라 황실의 주요리로 몸값이 올라가면서 중국 대표음식 반열에 올랐다. 암, 당뇨병, 노화 방지에 좋은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샥스핀은 ㎏당 100달러를 호가한다. 돈벌이가 되니 가짜 샥스핀까지 판을 친다. ‘짝퉁 대국’ 중국에서 유통되는 샥스핀의 절반가량은 젤라틴과 조미료 등을 섞어 만든 가짜라고 한다. 샥스핀의 영양 과장과 유해성분 함유 논란도 이어진다. 태국산 샥스핀에서 수은이 검출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산부에게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영화 ‘죠스’를 통해 공포의 대상으로 굳어진 상어. 그렇지만 상어의 인간 공격은 세계에서 연간 100건, 그중 사망은 15%에 불과하다. 반면 샥스핀을 얻기 위한 인간의 상어 공격은 100만배나 많다. 인간과 상어의 싸움에서 인간이 더 위협적인 존재다.

해마다 약 1억마리의 상어가 샥스핀을 몸에 달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3일 태국 방콕에서 개막된 ‘멸종위기동식물의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총회에서는 고래상어, 백상아리, 돌묵상어, 철갑상어 등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상어 5종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상어를 멸종위기까지 몰고간 것은 인간의 식탐이다. 먹는 욕구는 조절하기 힘든 걸까. 인류가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제1의 유해 동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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