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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부' 눈엣가시 제거하려 부정축재자로 몰아

입력 : 2013-02-18 17:15:44 수정 : 2013-02-18 17: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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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전 의원 그는 누구인가
초대 민선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4차례 국회의원으로 20년간 정치에 몸담았던 박영록(92) 전 신민당 의원. 전두환 군부에게 국회의원 강제사퇴와 재산 강제헌납을 당하고 지금은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콘터이너 박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때 잘 나가던 4선 의원이었던 그가 전두환 군부로부터 무슨 일을 당한 것일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간 벌어진 일을 되짚어 보았다.

1922년 강원도 고성 출신인 박 전 의원은 1960년 38세 나이에 민주당 공천을 받아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걸어서 출퇴근하는 등 성실한 생활로 민심을 얻은 그는 1963년 강원 원주에서 6대 국회의원에 선출됐다. 이후 1979년까지 민주당, 신민당 소속으로 4차례 국회의원직에 올랐다. 신민당 부총재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40대 기수론을 이끄는 정치인이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의 눈에 박 전 의원은 눈엣가시였다. 5·18민주화운동이 벌어지고 얼마 뒤인 1980년 7월 18일 박 전 의원은 갑자기 들이닥친 4명의 사내에게 강제 연행돼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갔다. 37일간의 불법 감금과 고문으로 그는 국회의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야산에 있는 6000만 원짜리 야산(23만여 m²)은 강제헌납 절차를 밟았다.

상계동 야산은 그가 애국공원을 만들기 위해 주택마련 대신 8년간 세비를 아껴 500여만원에 사들인 땅이었다. 당시 합수부가 마련한 부정축재자의 기준은 5억원. 합수부는 박 전 의원을 부정축재자로 몰아세우기가 어렵자 시가 5000만원의 이 땅을 18억원으로 꾸몄다. 합수부는 자신들이 선임한 변호사에게 토지소유권을 위임하게 한 뒤 제소 전 화해(소송을 내기 전 법관 앞에서 화해를 성립시키는 것) 방식으로 땅을 빼앗았다. 이 땅은 1986년 6000만 원에 서울시로 넘겨졌다. 파렴치한 정치인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그의 정치생명은 여기에서 끝났다.

 

그는 1992년부터 2001년까지 땅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재기했으나 결국엔 패소하고 말았다. 결국 살던 집마저 경매에 넘어가면서 그는 2001년 콘터이너 생활을 시작했다. 부친의 정치적 경제적 몰락을 괴로워하던 차남은 부친께 자식의 도리를 못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남은 박 전 의원과 비슷한 시기 당한 고문으로 60이 넘도록 고문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합수부가 박 전 의원을 불법 감금해 고문했고 강제로 땅을 빼앗았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또 “국가가 박 전 의원에게 사과하고 강제헌납 받은 재산에 대한 구제조치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비록 늦었지만 박 전 의원에게 희망이 솟는 듯했다.

박 전 의원은 이 권고를 바탕으로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국방부의 어처구니없는 태도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억울함을 하소연하다보니 언제 저승의 부름을 받을 지 모를 나이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서울시에 귀속된 땅을 되찾아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義士)를 기리는 애국공원을 만드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뉴스팀 wtod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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