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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지자체, 혈세 수십억씩 꿀꺽해도 '깜깜'

입력 : 2013-02-05 04:54:05 수정 : 2013-02-05 04: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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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횡령 대부분 외부감사 적발
수법 대담해지고 비리 규모 눈덩이
보직기간 짧아 전문성·독립성 결여
전국 259곳 중 전담부서 43% 불과
처벌도 ‘제식구감싸기식’ 온정주의
퇴직한 동료 명의로 급여를 가로채 아파트와 승용차를 마련한 전라남도 여수시 공무원, 민간업체와 관급 계약을 맺으며 사업비를 284억원 부풀려주고 해당 업체에 자식을 취직시킨 경기도 용인시 공무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대규모 횡령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횡령 의혹으로 조사를 앞둔 2명의 지방공무원(전라남도 무안군·경상남도 함양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자체들은 ‘부패근절대책 강화’를 외치지만 ‘면피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들이 자체 감사기구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사건 대부분은 감사원 등 외부 감사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허술한 지자체 자체 감사 탓에 수법이 대담해지고 비리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공무원 비리는 지방재정을 악화시키고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 신뢰를 해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비리 행위를 신속히 차단하기 위해 지자체 자체 감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80억원 꿀꺽해도 지자체는 깜깜

지난해 적발된 여수시 8급 공무원 A씨의 80억원대 횡령 사건은 규모 면에서 충격적이다. 회계과 직원인 A씨는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직원들의 근로소득세를 빼돌리고 퇴직자 명의를 도용해 급여를 가로채는 등 공문서를 위조·허위 작성해 공금을 횡령했다. 돈은 친인척 아파트·차량 구입과 생활비(32억원), 사채변제(31억원) 등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남도 완도군 9급 공무원 B씨는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은행에 가짜 지출결의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21차례에 걸쳐 5억5000여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광주 동구청의 회계 담당 직원은 2008년부터 5년 동안 직원 급여, 복리후생비 등 공금 1억4748만원을 횡령했다.

문제는 횡령 행위가 1∼5년 지속되면서 규모가 커졌는데도 감사원 특별감사가 있기 전까지 해당 지자체나 광역지자체에서는 일절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감사원까지 적발하지 못했다면 이들의 ‘혈세 빼돌리기’는 계속됐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 지방행정감사국 관계자는 “횡령 등 비위행위는 업무담당자에 의해 고의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지만 제도적 허점이나 지도감독 소홀 등 관리 요인도 함께 작용한 것”이라며 “감사원의 기초지자체 감사는 인력 문제 등으로 수년 동안 이뤄지지 않은 일이 많은데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식구 감싸기 ‘물 감사’ 심각


지자체의 자체감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전문성·독립성 결여를 꼽을 수 있다. 감사인력은 순환보직으로 2∼3년마다 바뀌어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다른 부서로 옮기면 감사자-피감사자 위치가 바뀔 수 있다. 감사기구 자체도 피감사자가 될 수 있는 지자체장에게 속해 있어 권한이 제한적이다.

그나마 2012년 6월 현재 전국 지자체 259곳(제주도 제외) 중 감사 전담 부서가 있는 곳은 111곳(광역 16, 교육 15, 기초 80)으로 42.8%이며, 나머지는 다른 업무를 병행한다. 감사책임자를 개방직으로 임용한 단체는 103곳(광역 15, 교육 15, 기초 73)이고 나머지는 임명직이다.

자체감사로 비리를 적발하더라도 처벌이 ‘제식구감싸기식’ 온정주의로 흐르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부산 진구청은 2009년, 2010년 2차례에 걸쳐 공금을 횡령한 직원에게 중징계에서 감봉 2개월로 감경 처분을 해 감사원의 주의를 받았다.

경실련전남협의회 김종익 사무처장은 “감사실에 있으면서 동료의 비리 행위를 적발하고 다른 부서로 옮기면 곤란해지지 않겠느냐”며 “동료를 감싸는 온정주의적 문화에서 감사실도 벗어날 수 없어 어지간한 문제는 덮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29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열린 여수시 공무원 횡령 사건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검찰이 해당 공무원이 횡령을 위해 허위로 작성한 서류를 보여주고 있다.
◆지자체, 감사강화 대책 마련 부심


‘있으나 마나 한’ 지자체 자체 감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최근 각 지자체는 감사 강화와 감사인력 전문성 제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 지난 10년간의 감사원 감사와 자체 감사 결과 분석을 담은 백서를 발간하고, 이를 활용해 전 직원을 집중 교육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감사위원회를 운영한 시는 감사전문요원(변호사), 회계조사전문요원(회계사)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경남도는 지난달 공모를 거친 18명의 민간 ‘암행어사’를 위촉했다. 도는 지난해부터 운영한 이 제도를 통해 공직자 비리 317건을 제보받아 7건에 관련된 공무원 15명을 경징계했다.

성남시는 올해부터 시민청렴도 평가제를 운영한다. 10명의 시민평가단이 각종 민원을 경험한 시민을 대상으로 금품·향응·편의 제공, 지연·학연 활용, 투명성 등 15개 항목을 설문조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전국 지자체 자체감사의 품질 표준화와 감사인력의 인사상 독립성 확보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공무원 비리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연구원 허명순 연구관은 “아직까지는 각 지자체장의 개인 의지에 의존해야 하는 대책이 많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전국종합 hs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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