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아기자기한 붉은 지붕 아래 옛것의 숨결 오롯이

입력 : 2012-12-13 21:11:55 수정 : 2012-12-13 21:11: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크로아티아 달마티아의 소도시 여행 요즘 자유여행의 가장 인기 있는 테마 중 하나는 유럽 소도시 여행이다. 서유럽에 이어 동유럽의 웬만한 대도시까지 섭렵한 여행자 중에는 이름도 생소한 유럽의 소도시 여행에 푹 빠진 사람이 많다.

자다르의 좁은 골목 안 작은 바에 붙어있는 싸이의 얼굴 그림.
크로아티아에도 자유여행자들이 한눈에 반할 예쁜 소도시가 달마티아(달마치야) 지방의 아드리아해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달마티아 지방은 크로아티아 중남부 해안지방을 말한다. 북쪽의 수도 자그레브와 남쪽의 스플리트, 최남단의 두브로브니크를 오갈 때 만나게 되는 자다르·시베니크·트로기르·스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스톤(Ston)은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쪽으로 18㎞(주행거리) 떨어져 있는 인구 2600명의 작은 도시. 유럽에서 도시계획에 의해 건설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점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로 지정되며 최근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약 4000년 전부터 소금을 생산했던 스톤은 지금도 지중해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염전이 남아 있다. 지금도 예전 방식 그대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스톤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이동해 작은 산을 하나 넘으면 작은 스톤(Mali Ston). 이곳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굴을 양식하고 있다. 조각배에 몸을 싣고 굴·홍합 양식장을 둘러봤다. 이곳의 바다 역시 몇m 아래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스톤 주변에는 5.5㎞의 산성이 쌓여 있다. 유럽에서 가장 긴 성곽으로, 중세시대 고가품이었던 소금을 지키기 위해 쌓았다. 1996년 지진으로 훼손돼 지금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9세기에 지어진 자다르의 성 도나트 성당. 바로 옆에는 로마시대 광장이었던 포럼이 있다.
스플리트에서 28㎞ 정도 떨어져 있는 트로기르(Trogir)는 ‘달마티아의 작은 보석’으로 불리는 곳으로, 1997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럽에서 트로기르처럼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바로크 양식의 다양한 건축물이 완벽하게 보존된 곳은 드물다고 한다. 인구 1만3000여명의 이 아담한 도시는 13∼15세기에 재건축 된 성곽이 둘러싸고 있다. 성벽 안 성 로렌스 성당은 1200년경부터 400년 동안 지어지며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 양식이 혼재돼 있다. 성벽 밖 카메르렌고 요새는 13∼15세기 베네치아인들이 쌓았다. 해질녘 성벽 밖 다리 위에서 구시가지를 바라보면, 실제 중세시대로 거슬러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1000여 년 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스플리트에서 서북쪽으로 87㎞ 정도 떨어져 있는 시베니크(Sibenik)는 달마티아 지방에 로마인이 아닌 크로아티아인이 건설한 대표적인 도시다. 가파른 언덕에 조성된 이 도시는 11세기부터 축조한 3개의 요새로 둘러싸여 원형극장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15세기 초 120년 만에 완성했다는 성 야고보 대성당이 대표 유적으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성 미카엘 요새에서 내려다 본 시베니크. 이곳의 집들은 온통 붉은 지붕으로 덮여 있다.
이 도시는 산 정상의 요새로 피신할 수 있는 좁은 길이 건물들 사이에 동굴처럼 연결돼 있다. 1000년 전에 세워진 성 미카엘 요새에 오르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몰아치지만,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풍광이 발걸음을 묶어 놓는다. 서쪽으로는 코발트빛 아드리아해와 인근의 섬이, 동쪽으로는 산비탈에 빼곡히 들어선 붉은색 지붕의 집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쾌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스플리트에서 북쪽으로 157㎞ 떨어진 자다르는 옛 달마티아 지방의 주도(州都)로, 9세기에 지어진 성 도나트 성당, 로마시대 광장이었던 포럼, 나로드니 광장 등이 남아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로 지정되어 있다. 자다르를 더욱 유명하게 한 사람은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이다. 영화 촬영지를 찾던 히치콕은 “자다르의 석양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자다르의 명물은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바다 오르간(Sea organ)’. 바닷속에 크기가 각기 다른 파이프를 설치해 파도가 들고 날 때마다 공기를 밀어내며 다른 소리를 내도록 했다. 해질녘 바다 오르간의 묵직한 중저음이 은은히 울려퍼지는 자다르의 해변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가히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톤·자다르=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크로아티아로 가는 직항이 없어 보통 독일을 거쳐 들어가는데, 루프트한자항공(www.lufthansa.com/kr·02-2019-0180)이 인천∼뮌헨을 주 5회, 인천∼프랑크푸르트를 매일 운항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자그레브와 스플리트는 매일, 두브로브니크는 주 3회 운항한다. 뮌헨에서는 자그레브는 매일, 스플리트는 주 4회, 두브로브니크는 주 1회 운항한다. 소도시를 여행하려면 렌터카가 편리하다. 국제면허증으로 렌터카 운전이 가능하다. 도시간 버스노선도 잘 갖춰져 있다. 스플리트 관광청 www.visitsplit.com, 크로아티아 관광청 영문 홈페이지 주소는 croatia.hr/en-GB/homepage.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