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박상대(75) 회장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 지원의 문제점을 이같이 진단했다. 연구자가 한 가지 주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지 않아 기초·원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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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박상대 회장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등 이공계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정탁 기자 |
박 회장은 이 같은 이유를 단기 성과 위주의 연구·개발(R&D) 예산 분배 시스템을 꼽는다. 그는 “우리 정부의 R&D 투자금액은 세계 5위, 국민총소득(GDP) 대비 3위 수준으로 양적으로는 이미 과기 선진국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지원비 배분 방식에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연구자들끼리 경쟁해 직접 따내야 하는 구조다. 그는 “연구자가 직접 연구비를 따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연구비, 인건비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연구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우수한 성과를 낸 과학자들에게 한정된 예산을 우선 배분하는 방식이다 보니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생긴다. 박 회장은 “젊고 잠재력 있는 과학자들에게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큰 연구성과가 없으면 연구비를 충분히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구 동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연구 외적 환경 때문에 과학자들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고, 그러다 보니 1∼3년짜리 단기 프로젝트식 연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시스템은 연구 역동성 측면에서 일부 장점이 있지만 한 분야에 대한 집중적이고 꾸준한 연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결국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진단했다.
과기계 연구진에 대한 열악한 처우 역시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국내 이공계 박사들은 연구환경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임금도 의약계나 인문·사회계 전문직에 비해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에는 비전 있는 일자리가 절대 부족한 반면 선진국은 연구환경이나 근무조건 등이 우수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유학한 박사들이 잘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연구성과를 가장 활발하게 내는 30∼40대 과학자들의 인력풀이 줄면 국내 과학 발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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