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판정 불구 수돗물 불신 커져 녹조는 정말 인체에 무해할까. 한강, 낙동강 등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강에서 녹조 확산으로 인해 먹는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시 상수원 중 하나인 팔당호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면서 불안감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팔당호와 잠실수중보 강북·암사·구의·뚝섬·풍납 취수원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조류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티스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2001년 팔당호에서 채수를 시작한 이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에 검출된 양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용수 가이드라인의 10분의 1 수준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녹조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을 비롯한 노둘라린, 아나톡신-a 등 모두 3종류이다. 노둘라린은 마이크로시스틴과 마찬가지로 간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이며, 아나톡신-a는 신경계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녹조의 우점종(녹조현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조류)은 아나베나라는 물질로, 대사과정을 통해 아나톡신-a와 지오스민을 내뿜는다. 지오스민은 흙냄새 등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계속 쌓이는 중금속과 달리 이런 유기물질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가 된다”며 “정수 과정에서 거르거나 응집시켜 처리하면 해가 되지 않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녹조가 계속 확산하면 아나베나나 마이크로시스티스 등 조류 개체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독성물질 배출량도 증가하게 된다. 녹조 확산에 따라 독성물질도 인체에 유해한 정도까지 확산 가능하다는 뜻이다. 낙동강 상류 낙단보의 경우 지난 6일 현재 7만여개에 달하는 남조류 세포가 측정됐다. 남조류 세포 수가 500개 이상만 돼도 조류주의보 기준에 해당된다.
지오스민에 의한 냄새도 문제로 지적된다. 녹조가 대량 증식한 이후 경기 239건, 인천 42건, 서울 4건 등 전국에서 냄새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는 녹조 확산으로 상수원 수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한강·금강 수계 52개 정수장 가운데 고도정수 처리시설이 도입되지 않았거나 아직 계획이 없는 32곳에 고도처리시설을 도입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남한강, 팔당호 등 주요 지역 원·정수의 지오스민 농도와 독성 남조류 검사 결과와 정수처리과정을 공개해 먹는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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