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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27) 역할 커지는 국방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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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5-15 19:31:02 수정 : 2012-05-15 19: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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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출지원… 주재국 정보수집… ‘군사외교의 첨병’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자 세계 각국은 군사협력이란 이름 아래 합종연횡하고 있다. 방위산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방산 시장을 무대로 전투를 벌이는 군인들도 늘고 있다. 바로 국방무관이다. 해당국에 아그레망(동의)을 받고 파견돼 면책특권을 갖고 활동하는 이들은 공개된 스파이라 할 수 있다. 주재국의 군과 군 관계 인사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협력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군사외교의 첨병인 국방무관의 역할과 향후 진로를 모색해본다.

◆국방무관의 역사


정부는 1950년대 6·25전쟁이 끝나고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 필리핀 등 참전국을 위주로 해외 무관부를 설치했다.

1960년대에는 일본 등 6개국에 해외 무관부를 증설했다. 군사외교의 초석을 다진 시기는 1970년대 들어서다. 이때 유럽과 아프리카 등으로 발을 넓혔다. 이어 1990년대에는 중국과 러시아 등 구 공산권 국가로 확산됐다. 2000년대 접어들어서는 이라크, 요르단 등 중동과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 지역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2009년 46개국에 83명에 이르던 국방무관은 예산절감 등의 이유로 2년간 20여명이 줄어 현재는 39개국에 62명이 파견돼 있다. 계급별로는 준장 4명, 대령 40여명, 나머지는 중령이다.

반면, 한국에 와 있는 주한 외국 무관부는 2005년 24개국 38명에서 작년 29개국 48명, 올해는 33개국 57명으로 늘었다.

통상 서로 교차해 국방무관을 파견하지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리가 무관을 보내지 않은 뉴질랜드, 엘살바도르, 아르헨티나 등이 서울에 무관부를 개설한 때문이다.

주한 외국무관이 늘면서 군사외교에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은 2004년 한국에서 국방무관으로 6개월간 근무했다. 이번 방한에서 그는 당시의 경험을 자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주한 외국 무관단이 경기도 파주 육군 백마부대 예하 전방부대를 방문해 부대를 둘러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사외교의 첨병

2001년 터키에 K-9 자주포 수출을 성사시킨 이면에는 국방무관이 있었다.

고현수 대령(준장 예편)은 1985년 터키지휘참모대학에서 2년간 유학하며 현지 군 인맥을 쌓았다. 이후 3년 임기의 주터키 국방무관으로 부임했다. 당시 K-9 자주포는 터키에서 세계 최강 독일 자주포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고대령의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데도 터키 정부의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그는 국방장관의 명으로 임기를 2년 연장해 K-9 자주포 터키 수출 지원업무에 매달렸고, 결국 사업을 성사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이 무렵부터 국내 방위산업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고, 더불어 해외 방산수출지원이 국방무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T-50 고등훈련기, KT-1 기본훈련기, 잠수함 등 수출 품목도 다양해졌고, 현지 수요와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원래 국방무관의 첫째 임무는 주재국의 정보 수집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보본부는 해외전략을 수립한다. 또 북한과 관련한 첩보를 수집해 북한의 위협을 판단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국가와의 군사비밀보호협정과 군수협력, 군축과 비확산 참여 등 국방협력이 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무량이 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첩보활동에서 군사외교, 방산지원, 국가홍보, 군인사 의전 등 과중한 업무로 무관 본연의 임무가 희석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막기 위해 적절한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해외에서 근무하며 특혜를 받고 있다거나 현지에 나가는 군 인사를 안내하는 장교 정도로 생각하는 군내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희생된 러시아 장병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2009년 당시 글레브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오른쪽에서 첫번째), 니콜라이 쿠드라체프 주한 러시아 국방무관(〃 두번째) 등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 소월미도 해상에서 열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문성 강화하고 처우 개선해야


무관 선발기준은 해당 국가의 군사학교 이수자, 민간대학 학위소지, 그 국가에 거주한 경력 등을 고려한다. 여기에 정보 분야 경력을 우대한다. 평가에는 어학능력이 40%, 근무경력과 해외경력 등 개인 능력이 40%, 면접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각 군에서 추천된 2∼3배수의 인원을 무관선발심의위원회에서 선발한다.

평균 무관 경쟁률은 3대 1 정도.

그러나 2010년 러시아 해군무관의 경우 지원자가 1명에 그쳤다. 일부 국가는 아예 지원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 무관을 거친 중·대령들의 진급률이 낮은 데다 일부 지역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때문이다. 무관 선발은 통상 1년 전에 이뤄지는데 2년간 교육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각 군 사관학교는 여생도들의 수석 입학과 졸업이 흔해졌지만 아직 여성 무관은 탄생하지 않았다. 작년에 첫 지원자가 나왔으나 결국 탈락했다. 성별에 관계없이 선발한다지만 여성에 대한 문호는 열리지 않은 것이다.

한국 주재 미국 무관보좌관과 일본 무관부에는 여군과 군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무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보완과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방무관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은 15일 “무관 임무에 대한 재정립과 더불어 군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들에 대한 양성교육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키워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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