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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한불교 조계종, 끊이지 않는 추태…

입력 : 2012-05-12 11:52:30 수정 : 2012-05-12 11: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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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들이 도박하다가 한때 동료였던 승려에 의해 고발당했다. 자초지종을 살펴보니 국회의원이나 다름없는 종회의원이면서 그것도 대한불교조계종의 대표사찰인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이 포함됐다고 한다. 명진스님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정치판도 아닌데 토진스님이 며칠 전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뒀다고 하니 굳이 전 주지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우습다. 주지나 국회의원이나 다름없는 직함이 된 것이다.

불교 신자로서 면목이 없다는 소리가 귀를 찌른다. 밤새워 억대 도박을 하면서 핏대를 올렸던 그 면목으로 다음날 많은 신도 앞에서 당당하게 “바르게 살라” “네 마음을 다스려라” “부처님께 귀의하라” “본래 면목을 찾으라” 등의 주문을 태연하게 했을 것이다. 이번에 들키지 않았다면 언젠가 총무원장도 했을 테고 종정도 했을지 모르는 인물이라고 스님들이 알려준다.

그런데 사표를 내고 도망갔다고 한다. 티베트 스님들처럼, 분신해도 속이 시원치 않을 판에 물의를 일으키고는 내뺐다. 이러니 죄짓고 법을 피해 스님이 됐다는 소리가 나오고 ‘달마야 놀자’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들린다. 일부 스님은 억대 골프내기는 왜 안건들이고 판돈이 작은 놀음을 건드리느냐는 말도 한다. 스님들이 외제 차를 몰고 여자 캐디를 데리고 내기 골프를 자주 했다고 한다. 이러고도 삼보라고 삼배를 받을 수 있는지 정말 과보가 무섭지 않으냐고 묻고 싶다는 불교 NGO 관계자도 있다.

생각해 보니 이전 금권선거로 물의를 일으켰던 범어사 주지선거도 결론적으로는 아무런 징계 없이 마무리된 것 같다. 추산하자면 억대의 선거 자금이 들었을 그 대단한 사건도 증거불충분으로 흐지부지된 듯하다. “멈추지 않는 비는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등 정치판에서나 자주 들을 수 있는 구절들이 참으로 무색할 지경이다. 도망을 간 토진스님은 딴 돈으로 지금 어디서 휴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까지 들린다.

누구는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또 한 번 된통 당했다고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범어사도 백양사도 자승스님을 현 총무원장으로 선출하는데 무려 20여 표의 찬성표를 던진 곳이다. 징벌하자니 지난 선거 때의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것이고, 또 다음 선거 때 자기에게 올 표가 날아가겠으니 어찌 징벌할 수 있겠느냐라는 스님 말을 들어보니 사실인 듯하다.

이번에 정말 7명 모두 승적을 박탈하나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승적박탈을 했어도 몇 년 있다가 다시 스님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예전에도 그랬다고 한다. 이건 성직자나 수행자가 아닌 못된 직업인들이다. 정말 삼보에 귀의한 참된 신도조차도 이번에는 이길 수 없는 분노심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다행히 CCTV에 담긴 동영상이라는 확실한 증거까지 나오자 총무원에서 대단한 결심을 했다. 집행부 총사퇴다. 얼마 전 어느 당에서 한 행태와 그리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줘야 할 스님들이 오히려 정치판을 본받고 있다. 집행부가 사퇴해 봤자 지난 총무원장 선거 때 같은 캠프에 있었던 현 총무원장의 사람들이 다시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한다.

이 사건이 잠잠해지고 더 큰 사건에 묻혀 국민 머릿속에서 사라질 때쯤 모두 다 차츰 복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 된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부처님을 바라보며 국민 모두에게 참회의 4000만배를 해야 한다.

새 종정인 진제큰스님은 원로회의 노스님들과 함께 나서서 정화불사를 해야 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2012년 결사를 해야 한다. 정말 새판을 짜야 한다. 이젠 선정의 힘이 있는 선방스님도 좋으니, 이들 참된 스님들이 종정을 도와 대한불교조계종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어쭙잖은 총무원장이니 종회의원이니 선출직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 도가 있으면 그 스님이 주지가 되고 종회의원이 돼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살길이다.

조계사에 가면 수많은 신심 있는 신도가 있다. 보시함에 만원을 넣기 위해 종일 노상에서 일하는 할머니도 있다. 아픈 손녀의 병을 낳게 해달라며 적게는 3배, 많게는 3000배를 하면서 내는 만원이다. 그 큰돈 만원이 만장이나 모여야 1억이 된다. 결국 1억은 최소 3만배 절 값인 셈이다. 부처님께 드리는 이 간절한 3만배를 가지고 놀음을 한 스님들은 이제 더는 삼보에 나오는 스님이 아니다.

이번에 들키지 않았더라고 절 값으로 놀음과 골프, 연애까지 하고 다니는 스님들을 신도들은 더는 용서하면 안 될 것이다. 이참에 더 많은 폭로가 나와도 좋다. 아니 많은 신도가 동참해서 모두 털어놔야 한다. 그것이 참된 자비행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력욕과 금권욕만 남은 더러운 승려들이 있다면 깨끗이 쓸어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 대한불교조계종이 국민이 신뢰하는 참된 종단으로 새롭게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3만배 아니 3억배의 서원은 반드시 저주가 돼 그들의 마음 본 자리의 불성까지 태울 것이다. 3만배의 절 값으로 놀음을 한 '타짜'들 조차 부처님의 제자이고 부처님이 될 종자라고 한다면 난 더는 부처님 말만 팔아먹고 사는 불교를 믿고 싶지 않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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