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다산관에서 만난 김용해(52·사진) 신부는 한국 사회의 폭력을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가정, 학교, 회사, 군대 등 개인이 살아가면서 몸담게 되는 대부분의 조직과 공간에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으로 김 신부가 꼽은 것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였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는 조용한 동방의 나라였지만 일제강점기와 광복, 그리고 민주주의 도입 등을 거치면서 사회가 급속히 변했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빠른 변화 때문에 사람들이 옆이나 뒤를 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리게 된 결과, 공동체가 파괴된 왜곡된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신부는 본지가 그간 심층기획으로 다뤄온 ‘우리 안의 폭력’이 줄곧 강조해온 ‘그릇된 조직문화’와 ‘소통 부재’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그는 “본래 의미가 사라진 잘못된 유교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부유별이라고 하면 부인과 남편의 역할이 다르니 상호 존중하면서 자기 역할을 잘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뜻인데, 한국에서는 남성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려 행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사장이나 부장, 과장 등도 역할의 차이일 뿐인데, 인격까지도 차별하고 있어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천주교를 예로 들면서 “교황-주교-사제-평신도 등으로 구성된 위계가 있지만 이는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세상에 효율적으로 전하기 위한 역할 분담”이라며 “예수님이 ‘너희 중에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있거든 섬기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듯이, 천주교에서는 권위를 개인적 욕구 충족을 위해 쓰면 비난을 받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사회교리에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폭력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아픔을 나누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며 “소통을 바탕으로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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