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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폭력] 서강대 신학과 김용해 신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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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5-01 19:24:24 수정 : 2012-05-01 23: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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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어요.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건설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다산관에서 만난 김용해(52·사진) 신부는 한국 사회의 폭력을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가정, 학교, 회사, 군대 등 개인이 살아가면서 몸담게 되는 대부분의 조직과 공간에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으로 김 신부가 꼽은 것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였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는 조용한 동방의 나라였지만 일제강점기와 광복, 그리고 민주주의 도입 등을 거치면서 사회가 급속히 변했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빠른 변화 때문에 사람들이 옆이나 뒤를 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리게 된 결과, 공동체가 파괴된 왜곡된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신부는 본지가 그간 심층기획으로 다뤄온 ‘우리 안의 폭력’이 줄곧 강조해온 ‘그릇된 조직문화’와 ‘소통 부재’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그는 “본래 의미가 사라진 잘못된 유교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부유별이라고 하면 부인과 남편의 역할이 다르니 상호 존중하면서 자기 역할을 잘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뜻인데, 한국에서는 남성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려 행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사장이나 부장, 과장 등도 역할의 차이일 뿐인데, 인격까지도 차별하고 있어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천주교를 예로 들면서 “교황-주교-사제-평신도 등으로 구성된 위계가 있지만 이는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세상에 효율적으로 전하기 위한 역할 분담”이라며 “예수님이 ‘너희 중에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있거든 섬기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듯이, 천주교에서는 권위를 개인적 욕구 충족을 위해 쓰면 비난을 받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사회교리에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폭력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아픔을 나누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며 “소통을 바탕으로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20120501021875 [우리 안의 폭력] 서강대 신학과 김용해 신부 인터뷰 //img.segye.com/content/image/2012/05/01/20120501021875_0.jpg 1 10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501021756 [우리 안의 폭력] 연세대 신학과 정재현 교수 인터뷰 20120501164404 20120502020607 20120501192135 폭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가정, 학교, 직장은 물론 소통이 부족한 조직에는 다양한 방식의 폭력이 존재했다. ‘우리 안의 폭력’ 시리즈 1부를 마무리하며 기독교·천주교·불교 종교인들을 찾아가 원인과 해법을 물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타인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등을 폭력의 원인으로 꼽았다. 해결책으로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통하라’, ‘상대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대하라’는 제안이 나왔다. 2부 ‘곳곳에 박혀 있는 야만의 그림자’에서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의 다양한 양태를 다룬다.“‘나와 같은 것은 옳은 것이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나와 같은 것은 옳은 것이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연세대 신학과 정재현(56·사진) 교수는 “타인을 자기 방식대로만 이해하려 하는 ‘타자의 자기화’가 한국 사회 폭력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다시말하면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타인과 소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학관에서 만난 정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집단주의적 폭력이 구조화돼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권위주의적인 문화의 폐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적시했다.그는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타인과 평등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권위주의적인 문화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현실과 인식 간에 괴리가 생긴다”며 “이러한 차이가 곧 ‘소통의 부재’를 낳는다”고 지적했다.정 교수는 “타인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에만 비춰 생각하면 외형적으로는 소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독백이나 다름없다”며 “타인을 자기식으로만 인식하는 구조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말했다.그는 “경쟁주의적인 사회구조도 폭력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긴장이 지속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로 폭력을 택한다는 논리다.“폭력 가해자들은 과거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폭력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억압이 쌓여 있다가 반작용으로 쏟아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긴장이 축적되는 사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희생양을 찾게 됩니다.”그는 “강한 다수가 희생양을 찾아 폭력을 저지르는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같은 맥락”이라며 “이렇게 희생양을 설정하는 것은 긴장의 일시적 해소는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고 분석했다.정 교수는 “해결은 결국 소통, 즉 타인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고 동일성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다”며“기독교에서는 인간의 뿌리 깊은 폭력과 공격성을 ‘원죄(폭력 본능)’라고 보는데, 폭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선(善)’만 추구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공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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