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연극家 사람들] 절박한 현대인의 삶을 위안하는 연극이 대세다

입력 : 2012-02-23 08:39:00 수정 : 2012-02-29 17:21: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그만…정통 연극이 대세
홍대 청소노동자 ·쌍용차 해고노동자·탈북여성·조선족 이야기 연극에 담아내
분노에 지친 한국인들을 위로하는 연극 ‘봉달수’ ‘달나라 연속극’도 눈에 띄어

‘누가 연극을 두려워하랴’. 과거, 과장된 포즈와 무게감 있는 내용으로 억지스럽게 교훈을 강요하던 연극은 부담감을 듬뿍 안겨줬다. 하지만 2012년 봄바람과 함께 실려온 연극소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신문과 뉴스로 접했던 또 다른 삶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연극, 절박한 현대인의 삶을 위안하는 연극이 대세다.

연극 '달나라 동백꽃'

◎ 연극, 발기불능 혹은 거대하게 부풀어오른 남자의 ‘그곳’을 불러내다

남자의 ‘그곳’을 재기발랄하게 무대로 불러낸 눈물 나는 블랙코미디 두 편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극단 대학로극장의 연극 ‘권력유감’ (3월 1일 ~ 4월 29일)은 주먹으로 어둠의 세계를 평정한 덕구(이승훈)가 ‘발기부전’이라는 진단을 받고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통해 권력이라는 허상을 풍자함과 동시에 진정한 의미의 권력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작품.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영원히 존재하게 될 권력의 진정한 본 모습을 들여다본다. 지난 1월 초연 돼 전석 매진이라는 쾌거를 올린 뒤 재공연으로 돌아온 것. 작, 연출 / 이우천, 배우 정재진, 승의열, 이영진, 김소영 등 출연.

2012년 국립극단 봄마당축제 개막작 연극 ‘풍선’(3월 1일~23일 국립극단 내 소극장 판)은 스피디한 전개와 분산되어있는 장면들의 꼴라주적인 결합으로 아주 재미있는 만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 거대콤플렉스가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우화적으로 꼬집고 있다. 우 일병의 고환이 더 크게 부풀어 오르도록 독려하는 국가의 모습은 결국 거대콤플렉스를 무조건 쫓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작가 고재귀/ 연출 이상우, 배우 남긍호, 오대석, 이창수, 임종완, 조형준, 안병찬, 변민지, 양정윤 출연.

◎ 연극, 88만원 세대를 위로하다

서울 변두리 옥탑 단칸방에 사는 가족, 팔도에서 모인 서울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들이 모여 만든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창단연극 ‘달나라 연속극’ (2월 23일~ 3월 4일, 연우소극장)은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실직위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의 위기 등 어제와 다름 없거나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민자네 가족을 통해 우리시대 주변인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우리가 매일 밤 무의식적으로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가 연속극을 보듯, 연극은 어제와 다름없이 웃고 춤추며 하루를 버텨내는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지만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 김은성/ 연출 부새롬, 배우 성여진, 허정도, 장인섭, 김민경 출연.

창작집단 LAS의 연극 ‘서울 사람들’(3월 9일~4월 1일, 연우소극장)은 팔도에서 모인 사람들이 고시원에 몰려들면서 겪게 되는 타지 생활에 대한 고뇌와 조선족의 고통 받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품은 비록 대단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20대, 30대 삶의 초상과 그들 나름의 삶의 깊이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희망을 안고 서울을 찾아왔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 한송희 / 연출 이기쁨, 배우 김미선, 고영민, 권동호, 김희연, 신창주, 한송희 출연.

◎ 연극, 사회를 성찰하다

문화창작집단 ‘날’의 9번째 창작 연극 ‘시계’ (3월 3일~ 4월 1일,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는 생명을 시간이란 개념 아래 인식하고 계측하고 관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기계인 시계, 술, 노동가요 & 민중가요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이다. 세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어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식구들의 이야기, 1950년 한국전쟁 초기의 어느 연극인들의 이야기, 멈춘 시간을 인식하며 다른 시간들과 마주한 채 술을 마시는 술 이야기가 바로 그것. 이 세 개의 이야기는 서로 충돌하거나 갈등하며 드라마를 만들지 않고 서로 자기 이야기에만 충실하다.

 멈춰버린 시계, 거꾸로 가는 시계, 초침만 움직이는 시계 이 시간의 얽힘 속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사실’들을 노래하며 “여러분, 이 세상 살만한 세상인가요?”라며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작ㆍ연출 최철, 배우 오세철, 김웅희, 이동용, 오주환, 송인경, 김인희 출연. 
 
두산아트센터 기획연극 ‘경계인시리즈 2012’ 첫 연극 ‘목란언니’(3월9일~4월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는 남북 문제를 탈북 여성 조목란의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탈북 여성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경계’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려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오게 된 조목란은 북에 있는 부모를 탈출시키기 위해 또 살아남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매번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한국에서의 삶에 크게 회의를 느끼고 결국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김은성 작가는 “부제로 ‘철마는 달리고 싶은 것이냐’라고 써 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분단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마음속에 ‘철마’가 어디에 버려져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작가 김은성/ 연출 전인철, 배우 손종학, 윤상화, 안병식, 김명기, 박지환, 황영희, 연보라, 정운선, 조한나, 이정선, 홍의준, 박혜리, 강혜린, 설지인 출연.

극단 주변인들의 연극 ‘모토타운’ (2월 23일~ 3월 11일, 설치극장 정미소)은 이라크 전쟁에 파병되었다가 돌아온 대니가 자신의 나라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나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이라크에서 겪은 그것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전쟁을 겪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사회적 불안의 전조가 되는 도덕적 혼란, 즉 인간성에 관한 연극이다.

최소화된 무대에서, 극장의 골격 또한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가 배역이 되고, 다시 배우가 배역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숨기지 않는, 즉 가장 기본적인 연극요소를 전제로 한 공연의 형성을 통해 인간성이라는 주제에 접근할 예정. 극본  사이먼 스티븐 / 연출  강민재, 배우 허성민, 조성호, 이선아, 안영주, 손경원, 김수빈, 홍성기, 김영아 출연.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 연극, 대한민국 아버지들에게 일갈하다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3월 3일~1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 보청기 회사 회장인 봉달수는 일방적이고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사업에는 성공했지만 그 때문에 아내를 잃었다. 귀를 닫고 사는 외골수의 노인이 어떻게 내면의 슬픔을 치료하고, 귀를 열겨 되는지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질 예정. 고집불통 노인 '봉달수'역에 배우 윤주상과 송영창이  더블캐스팅됐다. 중견배우 박기산이 박비서로 열연한다.

가수 장나라의 아버지로 유명한 주호성 씨가 10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주호성 연출은 “흥미위주로 상업적인 연극이 많아지면서 정통연극이 사라지고 있는 대학로를 보면 참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연극을 통해 정통연극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작가 김태수/ 연출 주호성, 배우 윤주상, 송영창, 함수정, 김로사, 박기산, 정재연, 석재형, 김경민, 이은주, 홍원표 출연.

극단 오늘의 연극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3월 1일 ~ 4월 1일 소극장 축제)는 황혼의 아버지를 위한 세자매의 아카시아꽃 피는 고향에서의 마지막 동행을 이야기한다. 평생, 가족을 위해 그림자처럼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의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이 오버랩 될 것이다. 작 / 연출 방성창, 배우 정은희, 김충근, 송숙희, 고미숙, 정재훈, 한윤서, 손우경, 유영전, 진영은 출연.

연극 '숨 쉬러 나가다'

제11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작, 극단 ‘신작로’의 연극 ‘숨 쉬러 나가다’(2월 29일 ~ 03월18일, 가톨릭청년회관 '다리')가 앵콜공연된다. 조지 오웰의 동명 원작소설을 새롭게 각색한 이번 작품은 누구나 꿈꿔보지만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이 소박한 바램에 대한 이야기이다. 15년간 좋은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온 중년의 뚱보 영업사원, 아내가 모르게 생긴 공돈을 들고 20년 전 떠나온 고향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기대를 안고 간 고향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대규모 주택단지와 공업지역, ‘현대’라는 괴물이 가져온 낯섦과 불안감뿐이다.

작품은 그날그날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유쾌하지만 씁쓸한 일탈을 다뤘다. 우리가 제대로 숨 쉴 수 있는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이다. 특이한 점은 공연을 즐겁게 관람한 후 만족 한 만큼 티켓 가격을 지불하는 ‘자발적 후불제’란 점이다. 작 조지 오웰/연출 이영석, 배우 김승연, 이종무 출연.

극단 미연의 연극 ‘삼류배우(2월24 일~ 05월 23일, 시네코아)는 2004년 초연 이후 매 공연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작품. 이번엔 종로 시네코아 무대에 오른다. 30년 동안 버릴 수 없었던 단 하나의 꿈을 지켜온 무명의 연극배우 ‘이영진’이 주인공이다. 배우의 이야기이자 이 시대 아버지의 이야기로 더더욱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다시금 배우임을 느끼게 되는 과정,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고조되는 갈등과 그 속의 유머가 백미. 배우들이 모두 퇴장한 무대에서 이영진이 가족만을 위한 특별 공연인 ‘햄릿’의 장중한 대사를 온 몸으로 토해내는 장면은 일류배우가 뭔지를 알게 만든다. 작/연출 김순영, 배우 윤병화, 김태훈, 이성용, 박호석, 한윤춘, 전중용, 윤인지, 조원종, 남승화, 홍정호, 정유철, 김양지, 김은실, 전승우, 최윤정, 한꽃송이. 

◎ 연극, 치유되지 않은 여성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극단 서울도깨비의 연극 ‘그 여자의 소설’ (2월 23일~4월1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은 일제 시대부터 8.15 해방, 6.25 전쟁 등을 거치며 기구한 삶을 살았던 한국 여인들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작품. 세상의 어머니들이 흔히 말하는 ‘내 인생은 소설 한권감이야’ 와 맥을 같이 한다. 우리사회의 영원한 휴머니즘을 통해 지금도 우리 곁에 존재하는 아픈 현실과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 할 예정. 작가 엄인희/연출 강영걸, 배우 공호석, 강선숙, 김미숙, 최영인, 김미경, 이효림, 강윤경, 박상봉, 박재영등

연극 ‘아내들의 외출’ (3월 23일 ~ 4월 15일, 충무아트홀 소극장블루)은 서로 다른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엄마, 며느리, 딸. 세 여자의 속사연을 무대로 불러낸다. 엄마 임문경(손 숙)은 젊은시절 남편의 외도로 마음 고생을 하다 남편과 사별한 후 지금은 남편에 대한 증오, 그리움, 남겨진 상처로 심리적 변화를 겪고 있다. 조기 페경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40세 딸 오지영(이선주). 남편과 아들에게 항상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사는 ‘잘 나가는’ 며느리 유난희(소희정)가 그 주인공. 현대 여성이 느끼는 불안감과 쓸쓸함 및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연극이다. 작가 박춘근/ 연출 박혜선, 배우 손 숙, 이선주, 소희정, 강 일 출연.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