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월급 9만원' 같은 징병제 대만에 고작…

정치권 공약 포퓰리즘?…수당체계도 열악·군납도 부실로 멍들어

병사 월급을 30만∼5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놓고 정치권의 논란이 뜨겁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간 장병(將兵:장교와 부사관, 병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복지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올해 국방예산은 33조원에 달하지만 장병의 복지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의 최초 회계연도인 1948년 4월1일을 기준으로 계급별 봉급제가 실시돼 소위(일반직 7호봉) 1만원, 군 최고 계급인 대장은 3만원을 받았다. 당시 쌀 1가마(100ℓ)당 가격이 1만74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장교의 생활수준은 겨우 식생활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장교들 가운데 집이 없어 영내에 거주한 사람도 많았다.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직업군인 관사는 부족하고, 병사 봉급은 턱없이 적다.

◆장병 봉급체계 개선 시급


우리 군 병력 65만명 가운데 병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45만명)에 달한다. 장교(6만명), 부사관(10만명), 군무원(2만명)에 비해 수가 많지만 처우는 열악하다. 올해 국방부의 인건비 예산 9조2677억원 가운데 병사 인건비는 5302억원으로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반면 장교 인건비는 3조5388억원, 부사관 3조7991억원, 군무원 1조원, 예비전력 2800억원, 공무원 477억원 순이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대만과 이스라엘의 병사 월급은 각각 39만원과 20만원선으로 우리(상병 기준 9만원)의 2∼4배 수준이다.

수당도 문제가 많다. 열악한 생활환경과 1·2차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등으로 최근 병사들의 함정근무 기피현상이 있지만 유인책은 미흡하다.

해군에 따르면 초계함 기준으로 1인당 생활공간은 2.2㎡에 불과하며, 장비 소음과 진동으로 난청, 관절염에 시달리는 등 근무환경도 열악하다. 그러나 병사가 받는 수당은 월 2만9700원에 불과하다. 비무장지대, 울릉도·독도, 서해 5개 도서지역 상주근무자의 특수근무지 수당도 3만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작년 7월 발간한 ‘병력운영·전력유지 사업평가’ 보고서에서 “함정근무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1일 3000원의 출동가산금(간부는 8000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올해 예산안에는 병 함정출동가산금 13억원이 반영됐다.

올해 잠수함사령부 창설을 위한 예산이 배정됐지만 이에 앞서 잠수함 운용을 담당하는 부사관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납비리로 멍든 장병복지

장병 의식주 문제도 심각하다. 군은 매번 개선을 약속하지만,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군납 부실 문제가 장병 복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방부가 8년간 5억원을 들여 2010년 개발 완료한 신형 전투화는 뒷굽이 분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감사 결과 11개 전투화 제조사 가운데 5개사가 납품한 3만8787켤레(2010년 보급된 42만3745켤레의 9.1%)가 불량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기술검증을 거쳐 민간업체 1개를 다시 선정해 새롭게 전투화를 제작·보급하고 있지만 최근 일부 제품에서 또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형 디지털 전투복과 내피도 업체 문제로 납품이 지연됐다. 신형 전투복 전체 생산량의 14%(12만벌)를 제작하는 업체가 납기를 지연하고 법규를 위반해 계약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또 작년 12월 신형 내피를 제작하는 업체 5곳 중 3곳이 외부에 제작을 맡겼다가 적발되면서 납품 기일이 연기돼 애꿎은 장병이 피해를 봤다. 국방부 군수관리관실 조사에 따르면 장병 피복류 만족도는 2005년 67%에서 2010년 68%로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2009년 조사에서 전투화 만족도는 38.2%에 불과했다.

급식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방사청이 공개한 ‘최근 5년간 군납 불량급식 납품현황’에는 병사 급식에서 애벌레, 담배꽁초, 압정, 주삿바늘, 칼날 등 290여건의 이물질이 발견됐다. 과거에는 동물사료용 고기가 장병 식탁에 오른 적도 있다. 올해 군 기본급식비 예산은 1조2152억원이다. 장병 1명당 하루에 6008원꼴이다. 매끼 식사로 환산하면 2000원에 불과하다.

군 관계자는 21일 “장병의 피부에 와닿는 의식주 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매년 수백억원을 들여 골프장을 건설하기보다 급식 등의 질을 높이면 강군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기능성 전투화’ 공개 평가위원회 회의에서 장병들이 고어텍스 내피 원단을 사용해 땀 배출 능력 등을 높인 다양한 기능의 기능성 전투화(오른쪽)와 현재 착용 중인 전투화를 비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수를 위한 군인복지기금


올해 군인복지기금 7876억원 가운데 복지시설 확보사업에 343억1800만원이 편성됐다. 체육시설 분야에 260억5700만원이 책정됐지만, 이중 230억5700만원이 군 골프장을 새로 짓거나 늘리는 데 들어간다. 국회 국방위원회 입법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복지시설 수입기여도 중 병사가 44.1%로 절반에 달했지만, 최근 5년간 복지시설 신축 사업비의 87%(1357억원)가 간부를 위한 골프장 건설에 들어갔다. 보고서는 “2016년까지 약 900억원의 예산이 군 골프장에 투입되지만, 신설되는 골프장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병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골프장에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병사들을 위한 노후 복지회관이나 복지매장(매점)의 환경개선 사업비 집행은 극히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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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