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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고성능 대공포…군납비리 드러나 명성에 '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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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15 09:06:06 수정 : 2012-02-15 0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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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특수무기 ④수도권 영공 지킨 ‘오리콘’
靑 경호실 소요제기로 도입…포몸통 70%가 불량품 충격
우리 군에서 운용하던 대공화기 중 미사일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화력을 지닌 것은 무엇일까. 스위스 오리콘사에서 만든 35㎜ ‘오리콘’ 대공기관포를 꼽을 수 있다. 미국제 무기만 쓰던 우리 군이 1975년 처음으로 제3국에서 도입한 장비다.

오리콘포는 특이하게도 육군이 아닌 청와대 경호실의 소요 제기로 도입됐다. 당시 청와대 경호실은 북한의 특수부대가 AN-2기를 타고 청와대와 수도권 주요 거점을 타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금은 자주대공포인 ‘비호’가 있고 ‘벌컨’ 역시 그 수가 넉넉하다. 또 ‘천마’ 대공미사일이나 휴대용 대공미사일 ‘미스트랄’, ‘신궁’ 등이 자리해 수도권 대공 방어망은 한층 견고해졌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제2차 세계대전의 유물인 M45나 40㎜ ‘보포스’ 기관포가 고작이었다.

수도권 주요 시설을 지킬 고성능 대공포가 절실했다. 당시에는 최고로 꼽히던 오리콘포의 도입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문제는 스위스 법에 분쟁지역이나 전쟁지역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돼 있었다는 점이다. 남북 간 대결국면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시절에 어떻게 오리콘포가 한국으로 반입됐는지는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오리콘포의 여러 모델 가운데 최초로 우리 군에 도입된 것은 GDF-001이었다. 이후 몇 차례 개량을 거쳐 현재 GDF-003 수준까지 업그레이드됐다. 현재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단에 12문, 육군 제1방공여단에 24문 등 총 36문이 배치돼 있다. 가격은 1문당 8억4000만원이다.

오리콘포는 1959년 첫 GDF-001 모델이 나온 지 6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대공포 평가 기준으로 통용될 만큼 성능이 뛰어나 세계 3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명중률도 우수해 유효사거리 4㎞ 이내에 접근한 항공기의 생존은 거의 보장할 수 없을 정도다. 대공포 공격에 어느 정도 방어력을 지녔다는 아파치헬기도 오리콘포 한두 발을 맞으면 임무 수행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오리콘 포대는 2문의 대공포와 1대의 슈퍼 플레더마우스 사격통제레이더, 3대의 발전기로 구성되며 레이더에 의한 자동사격과 수동사격이 가능하다. 사격통제 운용관과 레이더 운용병, 추적병, 그리고 돌연표적을 추적하는 장병 등 4명의 운용요원을 필요로 하는 사격통제기는 기본 2문, 최대 3문의 오리콘포를 지원한다. 또 오리콘포는 탄약공급시스템이 완전 자동화된 것이 특징이며, 독특하게 생긴 포구 모양은 발사 시 화염을 분산시켜 대공포 진지의 노출 위험성을 줄여준다.

이러한 오리콘포는 지난해 군납비리로 불량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명성에 먹칠을 했다. 우리 군이 보유한 오리콘포 36문에 필요한 72개 포 몸통 중 70%에 가까운 49개가 불량품이었던 것이다.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포 몸통 탓에 실제 훈련 과정에서 다수의 오리콘포에서 균열이나 파열 등이 발생했다. 문제가 된 포 몸통은 옛 국방부 조달본부 시절 계약된 것으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공급됐다. 사실상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대공포에 수도 서울의 하늘을 맡겼던 것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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