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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 비대위원장에 듣는다

입력 : 2012-02-01 01:15:24 수정 : 2012-02-01 01: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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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넘어선 복지 확대 무의미…지출 축소·증세 통해 재원 조달”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당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운 복지 확충에 대해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재정을 넘어선 복지는 의미가 없고 복지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종합적인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식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약속이 무분별한 퍼주기식 구상이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당의 정책·인적쇄신을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원칙을 재천명했고, 지난 한 달여간 비대위 활동에 대한 솔직한 소회와 다가올 총·대선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소상히 밝혔다.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하고 헌신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여간 비대위 활동에 대한 솔직한 소회와 다가올 총·대선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있다.
허정호 기자
◆비대위 소회와 정강·정책 개정

―외부 비대위원과 당내 의원, 특히 친이(친이명박)계가 공방·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원인과 대책은.

“우리는 지금 뿌리부터 바꾸고 쇄신하는 과정에 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갈등처럼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비대위의 쇄신 작업은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당과 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당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비대위원장으로 조기 등판할 때 우려가 많았다.

“당의 요구가 있을 때 내가 유리하지 않아서 나서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10년 이상 정치를 했지만, 유불리를 떠나 항상 나라에 도움이 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 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명박 대통령 탈당 주장에 대해서는.

“정권 말기마다 그런 일이 반복돼 왔는데, 지나온 날을 보면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었는가 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 정강·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인 복지분야는 재원 마련이 문제다. 증세에 대한 입장은.

“재정을 넘어선 복지 확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재원 조달의 ‘6대 4’ 원칙을 주장한다. 6은 재량지출(의무지출을 제외한 지출)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 기존 씀씀이에서 줄이고, 4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거나 세원을 확대하는 등 세금으로 더 거두는 것이다. 조세제도 전체를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

―보수 진영에서는 정강·정책이 복지를 내세우는 등 ‘좌클릭’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이미 2009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설할 때 자본주의가 탐욕으로 치우치면 안된다,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부분을 얘기했다. 국가공동체에 참여한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 당의 최대 가치는 국민의 행복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구성원이 삶을 행복하게 영위하고 젊은이들이 자신의 앞날에 희망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느냐가 중요하지, 이념을 갖고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건 필요없는 일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공헌을 강화할 복안이 있다면.

“지금처럼 소득격차 확대가 지속하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대기업에도 도움이 안 된다. 우리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자신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성숙한 대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4·11 총선 전망

―총선 정치지형이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이슈를 어떻게 전망하나.

“한나라당에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이 많이 힘들다. 국민께 믿음을 드릴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드리고 반드시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겠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목표하는 의석 수는.

“목표 의석 수를 생각하기보다는 국민의 마음에 드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고 국민께서 공감하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박세일 신당’ 등 보수 진영과의 통합을 위한 구상은.

“야권은 통합으로 가는데, 보수진영은 분열로 가선 안 된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각 정당이 가진 가치와 정책이 있기 때문에 시간과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당의 쇄신, 나아가 진로를 위해 인재 영입이 관건이다. 기준은 무엇인가.

“외부인사 영입의 기준은 한마디로 ‘국민의 눈높이’다. 국민 입장에 서서, 국민이 가장 원하는 인물을 영입할 것이다. 각 지역과 각 분야에서 국민의 애환을 함께하고 국민의 삶을 챙기기 위해 노력해 온 분이 많이 계시는데, 그런 분을 찾고 직접 현장으로 가 만나서 듣고자 한다.”

―한나라당에 거부감이 강한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묘책이 있다면.

“소통은 무엇보다 ‘진심’이 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도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소통하겠다는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단 대책이 있다면.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것과 취업 인프라를 확충하는 두 개의 트랙이 필요하다. 경제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창의경제와 청년창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취업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과 그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 간에 제대로 연결이 되도록 범국가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강·정책과 총선 전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정호 기자
◆국가안보와 대북 정책


―‘유연한 대북정책’을 강조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5·24 조치에 대한 입장은.

“대북 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지 5·24 조치에 대해서만 딱 이렇게 한다고 말하는 건 무리다. 유엔이나 국제관계에서 같이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안보와 교류협력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남북 간 신뢰외교를 주장했다. 구체적 방안은.

“신뢰란 한순간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대화 채널을 확보해야 하고 대화재개 노력도 강구해야 한다. 민간의 교류와 인도적 분야는 남북 관계가 어려울 때에도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 우리로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이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흔들어 정권 교체나 붕괴를 도모할 의도가 없고, 대화와 교류의 상대방으로서 존중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국제규범을 존중하면서 핵 문제와 대외관계에 변화를 모색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도와야 한다.”

―김정일 사후 북한 상황과 김정은 후계체제를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봐 북한은 새로운 체제로 비교적 안정적 전환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 체제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선입견을 갖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와 국제사회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이 세계의 변화 추세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한반도가 그러한 바람의 진원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현 정부의 대중국 외교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미국은 우리의 전통 우방이고 자유경제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한·미 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할 문제가 결코 아니라, 조화롭게 얼마든지 ‘윈윈’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중이 한반도 문제로 서로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남북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하고, 우리 평화와 안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선 전망과 정수장학회 입장

―지지율 정체의 덫에 빠졌다는 지적이 있다.

“지지율이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일을 찾아 사심 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치 입문 이후 지금까지 죽 그런 마음으로 지내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지지율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당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는 국민께서 안 원장에게 기대를 갖고 계신 것 같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눈에 띈다. 문 이사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 깨끗하고 진지한 이미지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정수장학회 헌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헌납은 내가 이미 떠나고 관계도 없는 장학회에 관여하는 것이다. 거기 주인은 이사진이다. 그런데 이래라 저래라 하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재 이사장이 박 위원장과 관계 있는 분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관직을 했던 분이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했고. 그래서 어느 정권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그리고 아는 분이라고 해도 물러나야 한다고 말할 권한이 내게 없다.”

―언제 가장 행복한가.

“나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꼭 만들고 싶기 때문에 어떤 때 행복하고 이런 기준이 따로 없고 대개 국민 위주로 많이 생각한다. 이번에 카드수수료 문제도 내가 재래시장에서 소상공인을 만날 때 가장 큰 숙원 중 하나였다. 이제 법안도 나오고 실현이 될 것이다. 이런 게 저의 큰 기쁨이다. 예전에는 개인적인 행복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을 다 버렸다. 내가 정치를 마치는 날까지 국민의 어려움을 어떻게 덜어드리고 희망을 갖게 하고,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드릴 수 있는지만 생각하겠다.”

대담=황정미 부국장· 허범구 정치부장, 정리=나기천·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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