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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납·가혹행위… 성인범죄 닮은 '초딩폭력'

입력 : 2012-01-04 14:53:45 수정 : 2012-01-04 14: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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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공모체험수기서 실태 공개
지체장애인 등 약자 폭행…괴롭히지 않는 대가 요구
힘센 학생이 ‘권력’ 휘둘러…‘일그러진 우리사회’ 반영
극단적인 선택까지 몰고 오는 학교폭력이 초등학교에서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폭력 형태 또한 또래 간의 폭행을 넘어 장애를 가진 친구를 집단으로 괴롭히고 금품을 상납받는 등 성인 범죄 못지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경기도 G초등학교 김모(49·여) 교사는 지난해 12월 교단 체험 수기 공모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기를 발표해 대상을 받았다. 김 교사는 ‘지금 6학년 교실은 도가니’라는 제목의 수기에서 6학년 담임을 맡으며 교실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학교 폭력 실태를 공개했다.

수기에 따르면 김 교사는 지난해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한 학생이 교실에서 울면서 걸레질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김 교사는 일부 여학생들의 눈빛에서 묘한 기류를 감지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무기명으로 적어 내도록 했다.

그 결과 힘이 센 A군과 B군이 학생들 사이에서 ‘절대권력’으로 군림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A군 등은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물을 붓고 걸레질을 하라며 괴롭히는가 하면 울면서 침을 흘린다고 걸레로 얼굴을 닦고 욕설을 퍼붓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에게 괴롭히지 않는 대가로 문화상품권을 가로채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 학생이 집단 구타당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교사는 “A군 등이 학생들을 괴롭히는 동안 나서서 말리기는커녕 망을 봐주겠다고 아첨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마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교실 안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침묵하는 자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 교사가 가해 학생들을 지도하자 이들을 중심으로 반 학생들이 똘똘 뭉쳐 김 교사를 골탕 먹이려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 교사는 포기하지 않고 도리어 가해 학생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꾸중을 하기보다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조금씩 학생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결국 학생들의 눈빛에서 서서히 반항기가 사라졌고 졸업을 앞둔 지금은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오히려 먼저 김 교사를 찾아와 반성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리 ‘망나니짓’을 했어도 그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너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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