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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중학생 모교 '침울한' 방학식

입력 : 2011-12-29 14:50:04 수정 : 2011-12-29 14: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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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쉬어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작별을 고한 우리 아이들, 너희들이 가는길, 선생님도 아프고, 친구들도 가슴이 아프단다.(중략) 부디 잘 가거라. 가서 편히 쉬어라. 잘가라. 나의 아이들아."

29일 오전 2011년 겨울 방학식이 열린 대구 D중학교.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2학년 A군과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P양의 추도문을 이 학교 교감이 읽기 시작했을 때 980여명의 전교생들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방학의 시작과 함께 학업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는데도 학생들의 얼굴에서 즐거움이라든가 방학에 대한 기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침울했다. 방학에 들떠있는 철없는 중학생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전 9시 16분을 전후해 시작된 방학식은 교내 방송을 통해 각 교실로 전달됐고, 시청각실에는 A군의 급우 38명과 학부모 대표 3명이 참석했다.

식이 시작되기 전 시청각실 연단 위에 있던 연설대는 먼저간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앉은 자리와 같은 높이로 내려졌다.

방학식이 시작되고 국민의례에 이어 학생들은 자리에 앉았지만 교감은 전교생을 다시 일어서게 한 뒤 짧지만 먼저 간 제자에 대한 애절함이 묻어있는 추도문을 읽어 내려갔다.

연이어 터지는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 속에 A군 급우들의 흐느낌이 간혹 들리기도 했고, 추도문을 읽어가던 교감도 "눈 내리는 추운 길을 걸어가면서 너희들이 학교를 향해 뒤를 돌아볼 것 같아 선생님 가슴이 매어진다"고 할 때는 목이 잠겼다.

교감은 추모사를 마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훈화에서 "정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며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절대로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어 "괴롭힘을 당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꼭 말하고 경찰에도 알려라"며 "방학 기간에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도움을 요청하고, 요청이 있으면 학교에서 외부전문가를 초빙해서라도 해결해 주겠다"고 강조했다.

또 "방학기간 담임교사가 하루에 5명 정도에게 매일 연락을 취할 예정인 만큼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고 건강한 모습으로 개학 때 다시 만나자"고 덧붙였다.

10여분간 진행된 방학식을 마친 교감은 기자에게 "착잡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교사들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 만큼 모든 교사들이 힘을 모아 앞으로 학생보호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방학식이 끝난 뒤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도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고, 한 1학년 여학생은 "먼저 간 A오빠의 사연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세상을 떠난 언니와 오빠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한다"고 짧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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