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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에이즈 주삿바늘’ 방치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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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2-07 08:47:05 수정 : 2011-12-07 08: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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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한 번 보세요.”

한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가 내민 휴대전화 속 영상은 섬뜩했다. 시퍼렇게 피멍이 들고 피가 엉겨붙은 한 남성의 허벅지 사진이 담겨 있었다. 폐기물을 옮기다가 박스를 뚫고 나온 주삿바늘에 찔린 상처다. 캡을 씌우지 않고 바로 버린 탓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런 일은 다반사”라고 말했다.

오현태 사회부 기자
6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노동자들도 “새벽 6시쯤 청소하러 가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바늘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큰 주삿바늘은 눈에 보이지만 작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

최근 석 달 사이에 서울대병원에서는 이런 일이 세 번이나 발생했다. 지난 9월 한 청소노동자가 에이즈환자의 주삿바늘에 찔렸다. 10월에는 간병사, 11월에는 또 청소노동자가 찔렸다.

일부의 얘기로 치부하기 어렵다. 지난해 이 병원 청소노동자 125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주삿바늘에 찔린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37명이나 됐다. 이쯤 되면 병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4일 본보의 첫 보도 이후에도 병원 측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의사와 간호사를 교육하겠다는 게 고작이었다. 보도 후 한동안 나아지는 듯하더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고 제2, 제3의 사고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정작 노동자의 건강권은 나 몰라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병원 측은 교육과 캠페인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대책은 간단하다. 매뉴얼을 지키는 것이다. 사용한 주삿바늘을 원칙대로 폐기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해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주삿바늘의 공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에서 이런 어이없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는 것을 이해해 줄 국민은 없다.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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