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근혜 부산 출격… 장대비 뚫고 시장 돌며 성난 민심 달래기

관련이슈 10.26 재보선

입력 : 2011-10-15 04:57:30 수정 : 2011-10-15 04:57: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0·26 재보선 D-11… 격전지 동구청 지원 유세 강행군 “이렇게 비 내리는 날 오면 안 됩니더. 박근혜 고생한다 아닙니꺼. 나, 박근혜 팬인기라예.”(택시기사 하모씨)

“한나라당이 해준 게 뭐 있노. 대권주자라고 해준 건 또 뭐 있노. 오든 말든 관심없심더.”(저축은행 피해자 A씨)

오랫동안 한나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산·경남(PK). 그러나 갈수록 ‘야도(野都)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늘고 있다. 특히 10·26 재보선을 앞둔 PK 민심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14일 기자가 만난 부산 시민 입에서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애정의 목소리가 아직은 우세했다. 그러나 쓴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산저축은행 사태, 동남권 신공항 유치 무산, 부산 신항만 사업 지연 등으로 PK의 ‘반여(反與) 정서’는 확산추세다. 지난 7, 8일 부산 지역 방송사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정영석, 민주당 이해성 후보는 각각 22.4%, 17.6%로 오차범위(±4.4%)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 거의 4년 만에 선거판에 뛰어든 박 전 대표가 전날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정 후보를 택한 것은 이곳 선거 결과가 PK 민심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동구청장은 서울시장 못지 않은 격전지로 떠올랐다.

감색 재킷과 검은색 바지 차림의 박 전 대표는 하루 종일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분 단위로 쪼개진 일정을 6시간 가량 소화하며 정 후보를 적극 도왔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정영석 후보를 아시죠”라고 소개한 뒤 “같이 연구를 많이 해 좋은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지지를 부탁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앞줄 왼쪽)가 14일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지원을 위해 부산을 방문해 자성대 노인복지관에서 노인과 만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박 전 대표는 또 성난 민심을 달래느라 분투했다. 그는 동구 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하던 중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대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축은행 대주주의 은닉재산을 반드시 찾아내고 대출자산도 철저하게 파악해 자금회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억울하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저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정부로서도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청했다. 정 후보 외에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직자 등 박 전 대표 수행원은 주변에 보이지 않았다. “낮은 자세로 겸허히 국민의 말씀을 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친박(친박근혜)계 유기준 부산시당 위원장의 설명이다.

박 전 대표 동선은 범일 2동 자성대 노인복지관 방문을 시작으로 동구 장애인작업장→수정시장→동구 노인복지관 방문→초량시장으로 이어져 서민 복지를 챙기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려는 게 선거지원의 ‘테마’임을 짐작하게 했다.

수정·초량시장에서 박 전 대표는 가게를 돌면서 “이렇게라도 찾아봬야죠. 이렇게 와서 민심을 읽어야죠”라고 말했다. 또 한 분식집에서 시민과 함께 둘러앉아 2500원짜리 칼국수, 김밥 등으로 점심을 때우는 등 서민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박 전 대표와 같은 식탁에 앉은 여성이 “미인이시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아이고 무슨 말씀을, 재래시장이 잘 돼야 경기가 잘 된다”며 웃었다. 식사를 마친 뒤 박 전 대표는 의자에 한 손을 걸쳐 놓은 편한 자세로 한참 동안 시민들과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다. 한 시민이 “맞춤형 복지가 맞다”고 평소 자신의 소신에 동의를 표하자 박 전 대표는 반가운 목소리로 “필요한 분들에게 잘 맞춰서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알뜰하게 쓰면서 꼭 필요한 곳에 가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가는 곳마다 걷기가 힘들 정도로 몰려든 인파가 ‘박근혜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줬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눈에 띄었다. 길을 가던 한 시민은 “또 ‘쇼’하러 온 것 아니냐. 서민들 먹고살게 해준 것도 없으면서…”라고 혀를 찼다.

부산=나기천 기자 n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나연 '깜찍한 브이'
  • 나연 '깜찍한 브이'
  • 시그니처 지원 '깜찍하게'
  • 케플러 강예서 '시크한 매력'
  • 솔지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