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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파묻힌 '이태원 살인' 수면 위로…'도가니' 이은 스크린의 힘

입력 : 2011-10-12 09:12:38 수정 : 2011-10-12 09: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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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뒤 재수사… 용의자 美서 체포로 급진전
1997년 발생한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최근 미국에서 검거됨에 따라 향후 그의 신병처리와 형사처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도 하마터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질 뻔했다. 그러다가 2009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되면서 국민적 관심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도가니’처럼 스크린의 힘이 또다시 묻혀진 진실을 규명해 낼지 주목된다.

◆주목받는 이태원 살인사건

1997년 4월3일 오후 10시20분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당시 23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아무런 살인 동기나 원한을 살 만한 이유가 없었다. 현장에 있던 재미동포 에드워드 리와 미 군속의 아들인 혼혈 미국인 아서 패터슨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당시 둘 다 “범인이 아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 수사 끝에 살인죄로 기소된 리는 1998년 4월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1999년 9월 재상고심에서도 검찰의 상고가 기각돼 무죄가 확정됐다.

반면, 패터슨은 당초 흉기 소지 등 혐의로만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98년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당국이 출국정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해외로 달아났다. 검찰은 출국 정지기간 연장 조치를 취하지 않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진범으로 지목된 패터슨이 미국으로 간 사실을 안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2002년 10월 패터슨을 기소 중지했다.

주한미군 헌병들 이태원 순찰 최근 주한미군들의 성범죄가 잇따르자 미8군 헌병들이 10일 새벽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지구대 앞에서 야간근무를 서고 있다. 존 존슨 미8군 사령관은 지난 7일 영외 거주자를 제외한 전국 주한미군의 야간 통행을 한달간 제한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장기 미제로 남을 듯하던 이 사건 역시 ‘도가니’와 마찬가지로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의 소재가 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이를 본 국민들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으면서 ‘반미 감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사건은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법원은 “숨진 조씨의 유족들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며 국가가 3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피해자 유족이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하면서 정부는 재수사에 착수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이흥락)가 사건을 맡았다.

◆패터슨, 국내로 이송될까

사건이 발생한 지 14년 만인 지난 5월 패터슨이 미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체포돼 캘리포니아주 소재 구치소에 구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2009년 12월 미국에 패터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서를 보냈다. 검찰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캘리포니아 법원이 ‘패터슨에 대해 구금을 승인하고 보석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4개월 전 내렸다”며 “미국 법원이 패터슨의 한국 송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밝혔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나, 범죄인이 도피를 목적으로 국외로 출국하면 즉각 공소시효가 중지되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통상 미국 사법부의 범죄인 인도 재판은 3심까지 진행되고 1년 이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패터슨의 신병을 넘겨받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미국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향후 수사의 걸림돌이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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