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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독식 사회에 염증 느낀 시민들 "내 일 될 수 있다" 울분

관련이슈 충격실화 '도가니 신드롬'

입력 : 2011-09-30 00:22:02 수정 : 2011-09-30 00: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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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이토록 분노하나’ 전문가 진단
기득권은 옹호 약자는 배제… 법의 불공정성에 분노·불신
과거 눈감았던 기성세대들… ‘원죄’에 용서 비는 마음도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에 대한민국이 분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6년이나 지난 일이 새삼 세상의 관심을 끄는 것을 ‘분노’와 ‘공감’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했다.

재판을 받았지만 피해자는 더 큰 고통에 빠지고 가해자는 가벼운 처벌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강자 독식의 사회에서 피해를 본 시민들이 장애인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억울함에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전상진 교수                    김진숙 부장검사             안동현 교수                    현택수 교수
서강대 전상진 교수(사회학)는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분노와 일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불공정성, 즉 기득권은 옹호되면서 사회적 약자가 배제되거나 내쳐지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된 것”이라며 “현 사회 구조에서 ‘나의 나약함’이 언제 저들처럼 사회로부터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들에 대한 공감이 ‘도가니 현상’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사회학)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법조계가 부패했다는 불신을 가진 상태에서 장애아들이 법으로 보호를 받기는커녕 어두운 현실 속에서 폭력과 박해를 받고 있는 것에 더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 제도의 문제점도 도가니 현상을 촉발한 원인으로 거론됐다.

서울중앙지검 김진숙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현행 성폭력 범죄 등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6조는 ‘신체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항거불능’이라는 표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사람마다 ‘개인 차’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이는 큰 위협에도 격렬히 저항하지만, 어떤 이는 적은 위협에도 충격을 받고 저항을 못 한다”면서 “이 차이를 무시하고 법원이 ‘충분히 저항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애아동 친족성폭력 집행유예판결 바로잡기 대책위원회가 2009년 1월13일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고등법원의 재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성세대들이 과거 자신이 눈감은 ‘원죄’에 대해 용서를 비는 현상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국 장애인차별반대연대 관계자는 “소외당하는 약자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에서 영화 ‘도가니’가 군중심리에 불을 지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안동현 교수(소아정신과)도 “장애인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음에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를 돌볼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며 “이제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만큼 ‘도가니 현상’은 그동안 잊혀졌던 장애아동 인권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 박진희(39·여)씨는 “잘나가던 중산층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어려움을 겪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들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공감한 것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라는 ‘대중매체’가 지닌 특성과 정보화사회의 특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전 교수는 “정보가 넘치는 현대사회는 주목을 받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중요한데 영화라는 매체의 힘과 도가니의 영화 퀄리티(질)가 맞아떨어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전 시민단체나 방송에서 나온 주장과 소설이 새삼 다시 주목받는 것도 영화의 마케팅 효과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영화는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20∼30대가 주로 즐겨보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들이 영화를 통해 느낀 사회적 분노를 여론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민중·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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