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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영화포스터.
한번 들끓은 ‘도가니’는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조두순 사건 등에서 아동 성폭행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민의 공분은 영화 ‘도가니’로 들끓고 있다. 영화의 소재가 된 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광주 인화학교를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사회는 현재 ‘분노의 도가니’ 상태다.

 왜 ‘도가니’에 분노하는가

 인화학교는 광주 광산구 삼거동에 위치한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이다. 이 학교에서는 2004년 12월부터 설립자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이 일부 학생을 교장실과 기숙사 등에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6월 한 직원이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신고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김모 교장 등 6명이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사건처리 결과는 2명만이 실형을 선고받고 2명은 집행유예, 2명은 공소시효 소멸로 공소기각,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도가니’는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사실을 토대로 쓴 공지영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무진의 한 청각장애학교에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가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대당하던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 공지영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순간 청각장애인들의 울부짖음이 법정을 울렸다’는 기사를 보고 왜 그들이 울부짖었을까 사건을 찾아봤고 정말 기기묘묘해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말한다. 사회복지법인의 인권유린 실태, 장애인 및 아동에 대한 성폭행 실태, 피해자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사법시스템 등에 대한 분노하는 건 당연한 반응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불편한 진실’을 접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영화는 개봉 닷새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도가니 분노’ 사회 전반으로 퍼져

 지난 22일 영화 ‘도가니’가 개봉되면서 그동안 잊혔던 사건이 재조명되고 장애인 시설의 비리와 성폭행에 대한 솜방이 처벌 등에 대한 공분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에는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려지고 있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어린이재단은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100만 서명 캠페인에 나섰다.

 특히 사건이 5년 넘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건 일부 사회복지법인의 ‘족벌경영’ 시스템 탓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도가니’같은 일을 막기 위해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한나라당과 복지재단 운영하는 종교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정말 나쁜 *들이다. ‘도가니’ 영화 개봉을 계기로 공지영 작가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운동을 호소하시면 어떨까 한다. ‘도가니’ 팬들의 법개정촉구 국회 앞 1인 시위가 이어지면, 법 개정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공지영씨도 트위터를 통해 “사회복지법 개정 촉구합니다. 2007년 제출된 개정안 수준으로라도 개정해 주십시오. 다시는 아이들을 그 끔찍한 ‘도가니’ 속으로 빠뜨리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하여”라고 적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복지법인이 취약계층 보호라는 본래의 공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곧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부)어떤 경로로든 해명할 것”
 
인화학교와 관련, 2008년 1월 광주지법은 김모 교장에게 징역 5년, 행정실장 김모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지도교사로 일하던 이모씨와 박모씨는 각각 징역 6월과 10월을 받았다. 김 교장과 박 교사는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당시 재판에 관여한 관계자들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당시 성범죄가 친고죄였는데 일부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었다”고 해명했다. 지금은 특별법이 만들어져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전날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데 어떤 경로로든 해명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힘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사법부의 입장 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양 대법원장은 “오래전 사건이라 당시 법과 양형기준으로 따지면 별로 이상한 게 아니고 지금은 양형 기준이 많이 올라가고 법 자체도 바뀌었다. 많이 달라졌는데 현재 그렇게 진행되는 것처럼 묘사되어서 국민이 분개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일부에서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범죄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재수사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행정당국에서 학교 폐쇄 등의 행정조치는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해당 사건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영화에 출연하면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청소년 배우들에 대한 심리적 치료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도가니의 뜻은?

 주로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으로 쓰이지만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이는데, 영화 제목 ‘도가니’는 후자를 뜻한다. 소 무릎의 뼈와 고기를 일컫는 ‘무릎 도가니’를 줄여 ‘도가니’라고 하기도 한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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