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서 구한 2명, 5시간 암흑 공포속 구조 기다리다가 숨져 "물에 젖어 차디차게 식어버린 아내의 손길이 잊히지 않아요."
염모(70) 부부가 산사태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금동계곡으로 부부 동반 모임을 온 것은 지난 27일 오전.
초등학교 동창 부부 5쌍이 여름 물놀이를 겸해 월례모임을 갖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초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쌓은 우정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꼭 만날 만큼 돈독한 사이였다.
이들은 이날 물놀이를 일찍 끝내고 펜션에 머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염씨 등 7명은 흙더미를 비집고 겨우 빠져나왔다. 눈, 코, 입 모두 흙투성이였다.
그러나 염씨의 아내 문모(68.여)씨 등 3명이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살려달라."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염씨의 아내 문씨 등 2명이 성인 남자 몸통만한 소나무와 흙더미에 깔려 있었다.
염씨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돌볼 틈도 없이 맨손으로 소나무 가지를 꺾고 흙을 파내 이들을 꺼냈다.
문씨는 "소나무가 가슴을 때린 것 같다. 너무 힘들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염씨는 흙으로 범벅된 아내의 얼굴을 닦아내고 조심스레 물을 먹였지만, 아내는 이마저도 피와 함께 토해냈다.
패널로 지어진 펜션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아수라장이 돼 아픈 이를 뉘울 공간조차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갖고 간 휴대전화는 모두 먹통이 됐다.
전기마저 끊겨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펜션 주인이 오후 9시15분께 목숨을 걸고 마을로 내려가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그동안 염씨는 아내의 손을 꼭 쥔 채 함께 비를 맞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두 시간여가 흐른 오후 11시30분께 문씨는 다시는 말이 없었다.
이들은 산사태가 또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3시간을 더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
금동계곡에서 10㎞ 떨어진 갈월리 부근 도로가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에 덮여 119구조대도 발이 묶였다.
재해당국이 중장비를 이용해 도로를 복구한 뒤인 28일 오전 2시30분께나 돼서야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다른 염모(68.여)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일행 10명중 문씨 등 2명은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끝내 숨을 거뒀다.
생존자 7명은 포천의료원과 우리병원에서 치료받으며 5시간여의 악몽에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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