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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전용 41년… 다시 보는 한자
우리글 69%가 한자어… 뜻도 모르고 쓰기 일쑤
“어휘·독해력 증진위해 한문교육 강화 바람직”
한글전용이 전면 시행된 지 41년이 지났다. 한때 크게 일었던 한글 운동이 시들해졌다. 그새 우리 언어생활은 과거보다 한결 바람직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을까.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자를 익히지 않다 보니 정확한 뜻을 몰라 잘못된 말과 글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TV와 영화, 정부 보도자료, 교과서, 국어사전을 가릴 것 없다. 영어는 물론이고 출처·국적 불명의 언어 사용은 크게 늘었다.

국어교육에서 한자와 한문 교육의 위상은 초라하다.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접할 기회는 극히 드물다. 중고교 일부 교과서에서 한글과 병기된 한자를 만날 뿐이다. 자기 이름조차 한자로 못 쓰는 대학생이 수두룩하다. 이제라도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문학자들 사이에서 날로 힘을 얻고 있다.

30일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개원 20주년을 맞아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를 분석했더니 한자어가 58.5%, 고유어가 25.5%, 혼용어가 10.6%, 외래어가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표제어의 69.1%가 한자어라는 뜻이다. 국어에서 한자와 한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한글전용 대세에도 한자어는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드림스타트’, ‘마더세이프’, ‘행복e음’, ‘U-Health(유헬스)’ 등 ‘괴상한’ 이름의 정책을 남발하지만 언중(言衆) 사이에서는 ‘친환경’, ‘온난화’, ‘고실업’, ‘탈빈곤’, ‘역전세’ 등 다양한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자의 조어력은 그만큼 역동적이다.

국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한자와 한문 공부가 필수적이다. 한자를 알면 어휘력과 독해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자녀 한자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욕구는 매우 높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해 초등학생의 절반가량인 150만명이 각종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치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0 국민의 언어의식 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은 바람직한 한자교육 시작 시기로 ‘초등 1∼3학년’(4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초등 4∼6학년(23.2%), 중학교(14.1%), 5∼6세 유치원(13.5%), 고교(1.1%), 필요없다(2.8%) 순이었다.

고문현 숭실대 법과대 부학장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한자와 한문이 필요하다고 하면 한문 전공자를 양성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자를 공부한 저변인구가 없는 현실에서 한문 전공자가 나올 수 없다”며 “한국어를 바르고 정확히 쓰기 위해서는 한자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한병용(또는 혼용)론에 관한 대표적인 오해는 사대주의에 빠져 한자·한문만 고집하고 순우리말을 외면한다는 시각이다. 이명학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급기야’, ‘심지어’, ‘도대체’ 등 고유어처럼 굳어진 것까지 한자로 쓰고 익히자는 게 아니라 교과서에 있는 한자어만이라도 한자로 제대로 익히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로국어학자인 심재기 서울대 명예교수도 “교과서 용어 중에 순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건 바꾸고, 그렇지 않은 건 한자로 익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희준·김채연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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