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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쌀’… 연예인 팬클럽 문화가 바뀐다

입력 : 2011-06-06 20:38:39 수정 : 2011-06-06 20: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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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입구 꽃장식 화환보다…불우이웃돕기용 쌀화환 가득
스타이름 내건 장학기금 조성…수해 등 재난지역 찾아 봉사도
‘이제는 꽃 화환이 아니라 쌀 화환….’ 

연예인 응원만 하던 팬클럽이 최근 봉사와 기부를 통한 자발적 선행으로 사회에서 모범이 되는 사례가 늘어 주목된다. 연말연시마다 불우이웃돕기 기금을 모아 팬클럽 이름으로 기부하는가 하면, 지진이나 수해 등 국가에 재난이 발생할 때 직접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단순히 ‘오빠 부대’에 머물지 않고 성숙한 팬 문화를 만들어 가며 스타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발전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수 겸 연기자 김현중의 팬클럽은 ‘김현중 장학기금’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기부와 후원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꽃 대신 쌀… 달라진 팬 문화, 왜?


연예인을 선망하며 응원하던 팬덤, 즉 팬클럽이 이제는 공익적인 실천을 벌이는 새로운 문화를 발전시켜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연장에는 꽃으로 장식된 화환보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쌀 화환이 로비를 가득 채우고 스타의 생일에는 값비싼 선물보다 그의 이름을 내건 기부금이 대신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의 팬들은 지난해 초 ‘김현중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팬들이 연예인의 이름을 따 기금을 만든 것은 처음이다. 팬들은 1400만원의 기금을 보육시설 퇴소 및 거주 대학생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사업에 쓰이도록 한 데 이어 김현중이 출연한 드라마의 종영을 기념해 1000만원을 또다시 쾌척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민호의 팬클럽 ‘미즈노’는 그의 생일을 맞아 2000만원을 기부했다. 또 다른 이민호의 팬클럽은 아이티 긴급구호를 위해 1004만원을 기부하고 유니세프 후원, 그린에너지 캠페인에 동참하며 틈틈이 선행에 앞장서고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가 공연되는 성남아트센터에는 그룹 ‘JYJ’의 김준수와 뮤지컬 배우 박은태를 응원하는 ‘쌀 화환’ 1t이 배달됐다. 이는 결식아동 8300명이 식사할 수 있는 양이다.
쌀화환 드리미 제공
그룹 JYJ의 박유천 팬들은 최근 6개월간 총 4000만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30∼40대 이상의 여성들이 주축이 된 박유천의 팬카페 ‘블레싱 유천’은 지난해 12월 한림화상재단을 통해 박모(14)군에게 1000만원을 후원한 것을 시작으로 어린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후원을 실천하고 있다.

‘동방신기’ 팬들은 지난 2월 멤버인 유노윤호의 생일을 기념해 쌀 140포대를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으며 연예계 대표적 ‘선행 스타’인 배우 문근영은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200여만원을 공동 기부했다.

한 연예관계자는 “덜 성숙한 측면이 자주 부각됐던 연예인 팬클럽이 최근 몇 년간 기부와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며 훈훈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며 “이미지 쇄신은 물론 공익적인 측면에서 크게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 연령층인 청소년들은 이러한 선행에 동참함으로써 연예인을 응원하면서 동시에 사회 활동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며 “그만큼 팬클럽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배우 안재욱 팬클럽 ‘포에버’는 지난해 10월 안재욱의 생일을 기념해 쌀 3t을 모아 저소득 가정에 기부했다.
◆갈수록 커지는 팬클럽의 영향력


연예인 팬클럽은 갈수록 대형화, 조직화되고 있다. 동방신기 팬카페 ‘유애루비’는 회원 수가 74만명에 달하고, 소녀시대 팬카페인 ‘화수은화’와 ‘시스터스’는 각각 30만명, 빅뱅의 ‘빅뱅월드’는 24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각종 정보를 발 빠르게 교류하고, 체계적인 운영으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문이나 버스의 광고란을 통해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서명 운동과 집회를 열어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 발표하기도 한다. 때문에 팬클럽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때로 팬클럽의 선행으로 연예인들은 그 어떠한 홍보 수단보다 더 큰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지난해 드라마에 출연했던 가수 비와 뮤지컬에 출연했던 안재욱은 팬클럽 덕분에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을 홍보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가수 비의 팬클럽은 지난해 드라마 ‘도망자 플랜B’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대적인 모금 행사를 벌여 1200만원을 기부했다. 의사와 교사, 요리사 등의 전문직들을 주축으로 2008년부터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친 비의 팬클럽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독일, 폴란드, 일본, 중국 등 12개국 팬들과 함께 기부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안재욱의 팬클럽 ‘포에버’는 지난해 10월 안재욱의 생일을 기념해 쌀 3t을 모아 저소득 가정에 기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에 출연했던 안재욱은 생일을 맞아 파티 겸 공연을 열었고, 생일을 축하하는 뜻으로 화환을 보낼 계획이었던 팬들은 화려한 꽃 대신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쌀을 선물함으로써 나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뮤지컬 ‘오디션’에 출연하는 가수 문희준을 응원하는 팬클럽들의 쌀 화환이 로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쌀화환 드리미 제공
◆신(新) 팬덤 문화, 이제는 스타 마케팅으로 진화?


이러한 선행으로 신 팬덤 문화를 선도하는 팬클럽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한류스타 배용준의 일본 팬들은 한·일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한다. 한·일 양국 팬들은 배용준의 생일을 기념해 ‘아시아 각국의 불우한 어린이들을 미소 짓게 하고 싶다’는 취지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미소 프로젝트’를 벌여 애장품 경매를 통해 모인 금액을 기부했다. 또 다른 팬클럽은 매해 배용준의 생일에 맞춰 2001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숨진 의인 이수현의 장학회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 기부 캠페인을 펼치는 배용준의 뜻을 따른 청출어람인 셈이다.

배우 이준기는 싱가포르 팬들이 결손 가정의 불우 아동을 위해 250만원의 성금을 ‘이준기’라는 이름으로 현지 자선모금기금에 기부한 덕분에 감사장을 받기도 했고, 배우 박시후의 중국 팬클럽은 지난 2월 박시후의 이름을 딴 도서관 ‘시후 열람실’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 그의 생일을 맞아 장학금 1000만원을 기부해 중국 현지에서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팬클럽들의 이러한 기부가 더욱 특별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데에 있다. 자신들의 우상인 ‘오빠’들을 위해 행했던 작은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의 자발적 기부 문화의 모델이 돼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효과를 줄 뿐 아니라 나눔의 의미와 즐거움을 스스로 터득하는 계기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봉사 단체 관계자는 “지나친 팬클럽 간의 경쟁이 과열돼 자칫 기부와 봉사의 본질을 잃게 될까 염려하는 측면도 있다”며 “표면적인 액수보다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성숙한 나눔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뜻을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 김진아 팀장은 “몇 년 전부터 팬클럽들의 활동이 다양화되면서 기부 역시 하나의 팬클럽 활동이 돼 가고 있다”며 “스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선물공세, 안티팬 등 팬클럽에 대한 부정적인 문화들 속에서 이런 기부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정아 세계닷컴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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