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KPHO-TV가 최근 보도한 제대군인 3명의 인터뷰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다. 과거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 등으로 근무했던 이들은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이 담긴 드럼통 250개를 땅에 묻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드럼통에는 ‘컴파운드 오렌지’, ‘에이전트 오렌지’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맹독성 제초제로 쓴 고엽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고엽제는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어 암과 신경마비 등 심각한 장애를 유발한다. 이번에 증언을 한 제대군인들도 만성관절염과 신경장애 등에 시달린다고 한다. 우리 베트남전 참전자 수만명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 고엽제가 뿌려진 곳은 베트남만이 아니다. 1960년대 말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이남 지역에 고엽제를 살포한 사실이 99년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KPHO-TV 보도가 사실이라면 여간 큰일이 아니다. 이미 주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지 주변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 캠프 캐럴을 지나는 작은 하천이 곧바로 영남권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으로 연결돼 있는 것도 문제다. 비상한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매립지 상황부터 정밀 확인해야 한다. 지하수 등이 오염됐다면 정화에 5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암담한 진단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피해 최소화를 위한 특단의 처방도 강구돼야 한다.
캠프 캐럴은 주한미군의 군수지원 전담 기지다. 78년의 매몰이 사실이라면 그 경위를 철저히 밝히고 책임도 따져야 한다. 78년에 국한된 일인지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전국에 산재한 다른 기지의 독성물질 처리 여부도 점검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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