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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한 존재로 태어났다”

입력 : 2011-04-15 21:32:45 수정 : 2011-04-15 21: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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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이며 이기적 존재로 바라본 종래 인간의 개념에 반기
심리과학적으로 성선설 풀어내
대커 켈트너 지음/하윤숙 옮김/장대익 감수/옥당/1만7000원
선의 탄생-나쁜 놈들은 모르는 착한 마음의 비밀/대커 켈트너 지음/하윤숙 옮김/장대익 감수/옥당/1만7000원


#1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은 스페인 내전에서 전투 중에 파시스트 적군 한 명과 마주쳤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든 이 병사는 상의를 걸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바지를 움켜쥐고 비틀거렸다. 오웰은 총을 쏠 수 없었다.

“내가 총을 쏘지 않은 것은 그의 아랫도리에 관한 세세한 정황 때문이었다. 나는 파시스트에게 총을 쏘려고 이곳에 왔지만 바지를 움켜쥔 사람은 파시스트가 아니다. 그는 분명히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다. 여러분도 그에게 총을 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파시스트 병사의 벗은 웃통과 살갗, 헝클어진 매무새를 보는 순간 오웰에게서 죽이려는 본능이 차단되었다.

#2 나치 집단수용소의 의사 미클로시 니슬리만큼 솟아나는 동정심을 극적으로 경험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느 날 가스실에서 시체를 치우고 있는데 사후 강직 현상으로 가느다란 팔다리가 뻣뻣하게 굳은 시체더미 아래 밑바닥에서, 열여섯 살 소녀가 산 채로 발견되었다. 니슬리는 반사적으로 어린 소녀에게 낡은 코트를 덮어주고 따뜻한 수프와 차를 주었으며 어깨와 등을 마사지해주었다.

니슬리는 집단수용소 지휘관에게 수용소에서 일하는 독일 여자들 틈에 소녀를 숨겨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한참 고민하던 그 지휘관은 어린 소녀의 머리에 총을 쏘아 죽여버렸다.

미 버클리대 심리학 교수 대커 켈트너가 쓴 ‘선의 탄생’(Born to be good)은 인간을 경쟁적이며 이기적 존재로 바라본 종래 개념에 반기를 들면서 “우리는 선한 존재로 태어났다”는 성선설을 심리과학적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인간의 도덕 본능과 선한 마음의 토대를 이루는 기반을 공자의 인(仁) 사상과 합치시켰다. 저자는 “공자는 ‘인을 실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악은 최저 수준으로 낮춘다’고 했다”면서 동양의 유교 예찬론을 펼친다.

켈트너는 인간의 뇌에 있는 12개의 뇌신경 다발 중 10번째에 해당하는 ‘미주신경’(연민신경이라고도 부른다)이 남을 보살피려는 마음이나 도덕 본능을 작동시킨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 인간은 보통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며, 활성화 정도에 따라 동정심, 감사, 사랑, 행복 등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수준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 미주신경의 반응이 보살핌, 존경, 협동심 등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만든다고 한다.

대커 켈트너 교수는 “인간이 본래 선하게 태어났다는 논지는 동서양이 모두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미주신경이 긍정적 감정과 이타적 행동을 일깨우는 연민신경이라는 주장은 사람이 본래 착하게 살도록 설계되었다는 맹자의 ‘성선설’과 일치한다. 이는 생물의 진화를 냉혹한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으로 설명하던 기존의 사고방식과는 상치된다.

켈트너 교수는 “인간이 자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공존을 위해 남을 보살피고 스스로를 낮추는 선한 본성을 뇌, 몸, 유전자, 사회 관습 속에 저장해 왔으며 이를 통해 협력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세상은 행복해진다”고 했다. 켈트너는 또 “친절은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본능이다”는 논지를 편다.

미 텍사스대 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가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배우자 선호도 조사에서 미래 배우자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친절’을 꼽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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