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선이 확실시되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진영을 의식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동열 부장검사)에 따르면 검찰은 한나라당이 김씨의 기획입국 의혹을 폭로하며 물증으로 든 ‘나의 동지 경준에게’라는 편지가 조작된 정황을 수사 초기에 포착했다. 한나라당은 “김씨의 미국 교도소 감방 동료 신경화씨가 편지를 썼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신씨와 동생 신명씨를 조사한 끝에 한나라당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신명씨에 따르면 당시 모 정치권 인사가 “김씨의 기획입국을 암시하는 내용의 편지를 형 이름으로 써 달라. 그러면 미국 시민권자인 형이 국내 교도소에서 미국 교도소로 이송되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신씨는 검찰 조사에서 “형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편지 조작이 이뤄진 사실을 알고도 검찰이 이를 눈감은 경위도 석연치 않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2007년 당시 한나라당이 제기한 김씨 기획입국설은 다 조사해 명확히 결론내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획입국설 자체가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판명난 이상 기획입국설을 입증할 증거로 동원된 편지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게 검찰 논리다. 하지만 이는 BBK의혹과 기획입국설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를 비교해 보면 여야 간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검찰은 이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정씨는 2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BBK 의혹과 김씨 기획입국설 둘 다 ‘거짓’이라고 결론을 내린 검찰이 왜 한 쪽만 처벌하고 다른 쪽은 그냥 뒀느냐는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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