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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심분리기 공개 파문] 새로운 ‘핵 위협’ 왜

입력 : 2010-11-22 02:38:27 수정 : 2010-11-22 02: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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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核·경수로 이용해 ‘核 도박’
美에 제재 완화·보상 압박 대화 유도
김정은 권력 승계 정당화도 노려
美, 中통한 압박 외 묘수없어 고민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국제 사회의 북한 핵 문제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과 경수로 건설이라는 두 가지 카드로 새로운 핵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북한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사진)팀과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등을 북한으로 불러 새로운 핵 시설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은 약 2주일 전에 이뤄진 프리처드 소장 방북 당시에는 영변에 건설 중인 경수로 1기 건설 현장을 공개했다. 북한은 이어 지난주에 헤커 박사 일행을 불러 경수로 현장과 함께 최첨단 시설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원심분리기 1000여기를 보여주었다. 원심분리기는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해 가동하는 시설로 여기에서 추출된 핵 물질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폭탄보다 더 강력한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 북한은 그동안 영변에 있는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를 가동하고, 여기에 장착된 사용 후 연료봉을 꺼내 플루토늄을 추출해왔다. 북한은 현재 이 같은 방법으로 핵무기 8∼12개를 제조했을 것으로 미국 정보 기관이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그러나 이제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 시설이 밀집돼 있는 영변에 경수로 1기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주 북한을 방문했던 헤커 박사는 북한 방문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에 가서 경수로 건설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헤커 박사는 경수로 발전 용량이 25∼30메가와트이고, 북한이 이제 막 건설을 시작했기 때문에 완공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경수로 건설 문제보다는 고농축우라늄 추출을 위한 원심분리기 가동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보 기관은 북한이 영변 이외에도 미국이 파악하지 못한 핵 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의 우라늄 핵 활동을 간파하고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북한이 최근 방북한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와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등에게 새 핵시설을 공개하면서 북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2008년 6월27일 북한 영변의 핵시설 냉각탑이 폭파되는 장면. 북한은 핵불능화 조치의 일환으로 냉각탑을 폭파했으며 이 장면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북핵 특별대표가 20일 서둘러 한국, 일본, 중국 방문길에 오른 것도 미국이 관련국들과 즉각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가동과 경수로 건설이라는 새로운 카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협상에 응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새로운 핵무기 개발 시설의 가동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아내려 한다는 게 미국측 분석이다. 북한은 또한 천안함 침몰 사건에 이어 핵 무장을 강화함으로써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정당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현재의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신형 수소 폭탄이나 열핵수소 폭탄 등을 제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적했다. 그렇지만 수소 폭탄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 곧 이를 제조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한국과 미국 등이 북한의 새로운 핵 위협에 대응할 수단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영변의 핵 시설을 폭격하는 등 군사적인 대응 방안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기도 여의치 않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핵 개발 중단 압력을 가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미국 등이 북한과 다시 협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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